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 인천 구월동 로데오거리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현재 ‘중위소득 30%’가 기준인 기초생활수급자를 차상위계층(중위소득 50%)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공약을 확정했다. 매년 5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기본소득을 추진하면서 복지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체 공약을 이행하는 데 최대 약 350조원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기초수급자 대상 확대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최저생활 보장 수준을 절대 빈곤선인 중위소득 30%에서 상대적 빈곤선인 50%로까지 단계적 상향 검토’하는 내용의 공약이 담겼다. 이는 기존 차상위계층을 기초생활수급자에 포함시키겠다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 234만 명 규모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함께 법정 차상위계층인 약 59만 명이 추가로 혜택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는 4인 가구 기준 소득이 153만6324원(중위소득 30%)인 가구가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만, 소득 256만540원인 4인 가구도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올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1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후보의 공약이 실현되려면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4조원 이상의 추가 복지 예산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후보가 매년 50조원 이상 필요한 기본소득까지 추진하면서도 기초생활수급자 확대와 관련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내놓지 않은 점이다. 윤후덕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선대위 내) 신복지위원회와 정책본부가 구체적인 가이드(방안)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급 대상자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제대로 된 지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어느 정도 소득이 되는 사람은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공시자 민간으로도 확대

민주당은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공약으로 확정하면서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성별·학력·고용 형태·직종·직급·직무·근속 연수 등 항목을 공개하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법제화하면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취하기로 못 박았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여성 고용 기준에 못 미치는 공공기관 및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 경영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며 “기업 망신주기식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노조 측에서 주장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연금 지급’ 등도 공약에 포함했다.

민주당은 현재 10%대에 머무는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의 여성 입학률을 끌어올리는 내용의 공약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사회 전반의 동등한 성별 대표성과 균형 있는 참여를 도모하겠다”며 ‘여성 모집 비율 상향’을 통한 군(軍) 사관학교 등 제한선발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윤 본부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공약에 내지는 않았다”며 “전투 체력이 직무수행에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한국이 북한의 온실가스를 대신 감축해 주는 내용의 ‘한반도 탄소중립 남북공동선언’이 공약에 담겼다.

바이오헬스 공약도 선보여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바이오헬스산업 공약도 별도로 발표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연구개발(R&D) 투자, 규제 및 제도 개선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권역별로 민간 주도형 바이오헬스산업 클러스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신약 개발을 위한 민관 합동 메가펀드를 2조원으로 확대 조성 △바이오헬스 분야 R&D 예산 확대 △세제 지원 범위 확대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건강 정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면서 정작 ‘원격진료 허용’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격진료 허용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