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자금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전세자금대출이 그동안 주택 전·월세 및 매매 가격을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금융화’와 금리 민감도를 키워온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전세대출이라는 상품 자체가 해외 선진국에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세 제도에 기반하고 있는 데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3대 공적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보증 잔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185조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대출금 가운데 이들 기관이 보증하는 비율이 약 90%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대출 잔액은 사상 최초로 200조원을 넘어섰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9년 1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고제헌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자금대출이 그동안 전셋값과 집값을 떠받치면서 ‘갭투자 열풍’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며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집값이 전셋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발생하고 갭투자 손실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