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공화국 2곳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침공의 시작"이라고 규정하고 러시아를 향한 강력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다만 바이든은 "외교가 여전히 가능하길 바란다"며 대화 창구를 열어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약 9분 간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영토)의 큰 부분을 잘라내고 있다며 "제가 볼 때 그(푸틴)는 무력으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근거를 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의 시작"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 당시 시행했던 제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브네시코놈뱅크(VEB)와 프롬스비아즈은행 등 러시아 은행 2곳을 전면 차단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국가 부채에 대한 포괄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는 러시아 정부가 서방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미국 시장이나 유럽 시장에서도 새로운 국채를 거래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등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엘리트들 및 가족들에 대한 제재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지역과 관계자들에 대한 미국의 신규 투자와 무역, 금융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은 것이긴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러시아에 대한 첫 제재 조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독일 정부가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프림-2' 승인을 중단한 것을 거론하면서 "독일과 협력해 제가 약속했듯이 노르트스트림-2'가 진전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가 다음 움직임을 생각하고 있듯이 우리도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만약 러시아가 추가 공격을 계속할 경우 추가 제재를 포함해 러시아는 더 높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해왔던 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국가들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추가 병력과 장비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히 하자면 이것은 완전히 방어적인 움직임"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와 싸울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토의 모든 부분을 방어하고, 우리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여전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면서 "우리가 틀렸기를 바라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등 주요 도시를 포함한 나머지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위협을 증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있는 15만명 이상의 군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짜 깃발 작전에 아무도 속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을 지는 것은 러시아뿐"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반대에 단결하고 한뜻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수호하는데 미국에도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부터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주요 석유 생산국 및 소비국들과 협력해 에너지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유가(상승)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시간이 아직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여전히 외교에 열려 있고, 외교가 여전히 가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