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2일(현지시간) 대(對) 러시아 제재안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러시아 루블화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의 제재 수준이 예상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와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이 러시아 제재안을 공개하기 전만 해도 한때 루블·달러 환율은 80루블 이상으로 거래됐으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 이후에는 78루블로 하락(루블 가치 상승)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규정하며 러시아 은행 두 곳을 전면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특수은행인 PSB 및 이들의 자회사를 제재,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키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인 개인 제재, 러시아 국채 관련 제재 등을 밝히는 한편 미군을 동유럽 쪽으로 전진 배치할 것을 승인했다.

WSJ는 “외환 트레이더들이 미국의 제재 강도가 예상보다 덜 공격적으로 느낀 결과”라며 “6000억달러(약 715조원) 규모의 외환과 금을 갖고 있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과거 루블 가치 방어를 위해 개입한 전례가 있는 점도 외환시장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 발표 뒤 가치 상승(환율 하락)한 러시아 루블화>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재 발표 뒤 가치 상승(환율 하락)한 러시아 루블화>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