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필 미컬슨, 결국 고개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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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자본 SGL 주도하며 PGA투어 공격
녹취록 공개에 후원사까지 등돌려
"자숙하겠다" 성명 발표
녹취록 공개에 후원사까지 등돌려
"자숙하겠다" 성명 발표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슈퍼골프리그(SGL) 출범을 지지하면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다 궁지에 몰린 필 미컬슨(52·미국)이 결국 사과했다.
미컬슨은 23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코멘트가 내 동의 없이 맥락 없이 공유되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내 진심과 의도와 달리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무모한 행동이었고, 사람들을 불쾌하게 했다.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며 "자숙하면서 이번 사태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사우디 인터내셔널에 출전했던 미컬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PGA 투어의 탐욕이 역겹다"며 "PGA 투어가 선수들에게 돌아갈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SGL 출범을 앞장서서 반기는 미컬슨이 PGA 투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골프계 안팎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브룩스 켑카(미국)는 미컬슨이 PGA투어를 탐욕스럽다고 말한 인터뷰 기사에 "내가 미컬슨이라면… 모르겠네…"라는 댓글과 함께 못마땅한 표정의 이모지 5개를 달았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도 "정말 이기적"이라면서 "그가 PGA 투어에서 얼마나 큰일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미컬슨을 포함해 사우디가 그렇게 좋다면 가라고 해라. 아무도 안 말린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작가 겸 기자 앨런 시프넉과의 전화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그는 시프넉과의 통화에서 자신이 사실상 SGL의 핵심 설계자라고 설명했다. 또 PGA 투어의 라이벌로 SGL을 만들려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왜 그런 것을 신경써야 하나"라고 했고 "사실 나도 그들과 엮이는게 끔찍하게(scary mother k******) 무섭다"고 했다.
미컬슨의 이 발언이 불러온 후폭풍은 컸다. PGA 투어 관계자들과 동료 선수들이 연달아 미컬슨을 비판했고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등 SGL에 관심을 두던 선수들도 속속 PGA 투어에 전념하겠다고 발을 뺐다.
그의 스폰서사인 KPMG도 후원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PGA 투어에서 45승을 거두고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자,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 등의 업적을 쌓은 미컬슨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셈이다.
미컬슨이 결국 고개를 숙였지만 파문은 이어질 전망이다. 그의 발언을 공개한 시프넉은 곧바로 미컬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컬슨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다. 한 번도 비공개를 전제로, 우리끼리만, 혹은 그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