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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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23일 11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급은 평균임금이므로 퇴직금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야 한다"며 삼성그룹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련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금속삼성연대)는 전국삼성전자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웰스토리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화재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생명직원노조, 삼성에스원참여노조, 삼성카드고객서비스노조, 삼성엔지니어링노조 등이 연합한 단체다.

이들은 "2018년 말 대법원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이후 민간기업의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해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는 성과급이 임금의 40%를 차지한다"며 "이미 10년 이상 지급기준과 관행, 사용자의 지급 의무가 형성된 성과급은 평균임금에 포함되며, 이를 우발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임금성을 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연대가 제기한 '평균임금 소송'은 매우 뜨거운 이슈다. 퇴직금 소송의 포커스는 “성과급이나 PI·PS를 평균임금으로 볼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성과급을 퇴직금 계산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성과급 지급 시점으로부터 3개월 안에 퇴직하는 경우 퇴직금이 크게 증가한다. 예를 들어 성과급을 300만원 받은 20년차 부장이 성과급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에 퇴직할 경우,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계산하는 퇴직금을 산정하면 대략 2000만원 정도 퇴직금이 증가하는 셈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업 입장에서는 파급효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런 ‘퇴직금 소송’에는 내로라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소송에 휘말리면서 확산하고 있다.

퇴직금 소송의 시작은 2018년 말 대법원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부터다.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화재해상 등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 확산 초기에는 성과급 비중이 높은 반도체·전자기업 위주로 소송이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업종이나 기업 규모와 상관 없이 중견 제조업체서도 소송이 확산 중이다.

현재 대법원에서만 SK하이닉스, 삼성전자 1차 소송, LG디스플레이, 현대해상화재, 발레오, 한국유리 사건 등 6건 이상의 소송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업 인사노무 분야 최대 화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대화재해상 사건과 한국유리 사건을 제외하면 대법원 계류 중인 주요 사건은 대부분 회사가 승소한 상태다.

대법원은 SK하이닉스 사건을 비롯해 계류 중인 사건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낼 것이라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 그룹사 중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카드 등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금속삼성연대가 가세함에 따라 삼성그룹에 가해지는 압박은 커지게 됐다. 삼성연대는 이미 지난해 8월 소송 방침 밝히고 소송에 참여할 조합원을 모은 바 있다. 다만 삼성연대가 대법원 판결의 결과를 보지 않고 이런 소송 제기에 따라붙은 것은 최근 삼성이 성과급 수준을 높이면서 노동조합 활동의 모멘텀이 줄어들자 퇴직금 소송을 공론화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결국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업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2013년 대기업 임금체계를 뿌리째 흔들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을 연상케 한다”며 “기업들이 각별히 신경써야 할 법률 이슈”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