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전망에 우크라이나 사태 겹쳐
미국 증시 하락 속 공매도 급증…지수ETF·대형주 표적
최근 미국 금융시장의 타격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데 투자자들이 베팅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자 지배 지역에 대해 파병을 선언했다는 소식에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01%가량 하락, 지난달의 전고점보다 10% 이상 떨어져 조정장에 진입했다.

이 지수가 조정장에 들어선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 급등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연초부터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위기가 심화하면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9.7% 내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 떨어졌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달 앞서 국채 10년물 금리가 2019년 중반 이후 처음으로 2%를 돌파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내려간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 전반의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공매도 투자자들은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 500 상장지수펀드(ETF) 트러스트'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지난 4주간 86억달러(약 10조2천억원) 늘렸다.

이는 거의 1년 만에 최대 규모다.

조던 칸 ACM펀드 투자책임자는 자신의 회사가 보유 주식을 줄이면서 전체 증시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공매도를 늘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대형주 덕분에 주가지수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주식들의 투매가 일어났을 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리에겐 적색 신호 같은 것"이라면서 "대형주도 어느 시점에 뒤따라 하락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간 급등한 대형주의 하락에 점점 베팅하면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30일간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대한 공매도 투자는 13억달러(약 1조5천억원) 늘어났다.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에 대한 하락 베팅도 8억4천400만달러(약 1조원) 증가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플,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에 대한 공매도 투자는 감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20% 급락했지만, 여전히 1년 전보다는 63% 높다.

테슬라도 올해 주가가 22% 떨어졌으나, 이는 1년 전보다는 여전히 15% 높은 것이다.

두 주식 모두 2019년말 이후 수직으로 상승했다.

최근의 증시 변동성에도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도 많다.

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세 속에 수익을 내거나 위험을 분산시키려고 다른 옵션을 택했다.

풋옵션(향후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거래가 역대 가장 많았던 5일 가운데 3일이 올해 초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최근 전체 옵션에서 단일 주식에 대한 콜옵션(일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의 비중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확산하던 2020년 4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채권 시장에서도 잠재적인 가격 하락에 대비해 위험 회피에 나섰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채권 시장에서는 연초부터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최근 미국 회사채 ETF들에 대한 풋옵션 가격도 급등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