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번째 의사봉…이주열의 마지막 금리결정 [김익환의 BOK워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출근길은 한결같다. 서울 삼성본관 후문 주차장에서 검은색 세단에서 내린 뒤 건물에 들어선다. 시선은 1층 로비 바닥으로 향한 채 청경의 경례에 가볍게 목례하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24일 출근길은 그의 마지막 금리결정 회의를 주관하는 만큼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이 총재는 40년 넘게 통화당국에 몸을 담은 '한은맨'이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해 2012년 4월 부총재로 퇴직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특임교수를 지낸 2년을 제외하면 그는 평생 '한은맨'으로 근무했다.

2014년 4월 총재 겸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 돌아온 직후 이날 회의까지 총 76회의 기준금리 결정 회의(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게 된다. 그가 금통위 의장으로서 참석한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9번(임시 금통위 0.5%포인트 인하 포함), 인상은 5번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이 총재가 취임할 당시인 2014년 4월 연 2.5%에서 현재 연 1.25%로 떨어졌다.

이 총재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통하지만 금리인상보다는 인하를 결정한 사례가 많았다. 그의 임기 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 등 성장 여력이 약화된 데다 코로나19 위기도 찾아온 영향이다.

이날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동결이 유력하다.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올린 금리의 효과와 영향을 짚어볼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음 달 금리인상이 유력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기조도 점검해보기 위해서다. 금리 결정보다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적 상황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에 시장은 관심을 두고 있다. 금리인상 소수의견 등장 여부도 관심사다.

이 총재의 후임자 자리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다음 달 9일 대통령선거 직후에나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정책 수장 공백기가 얼마나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시장을 이 총재가 어떻게 달래고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도 주목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