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이 연초부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 조(兆) 단위 규모의 고부가가치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올 들어 두 달 만에 올해 수주 목표의 60%를 넘겼다.

23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삼호는 올 들어 대형 LNG선 6척, 대형 컨테이너선 9척 등 총 15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27억5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한다. 1분기도 지나기 전에 연간 목표치(45억달러)의 61%를 달성했다. 조선업계는 연초 현대삼호의 선전 요인으로 △대형선 발주 강세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슬롯(건조 공간) △높은 생산성 등을 꼽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발주 중 LNG선 및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대형 컨테이너선이 차지한 비중은 67%에 달했다. 대형선 건조에 특화된 역량을 보유한 현대삼호의 연초 수주가 이어진 이유다.

다른 국내 조선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슬롯도 한몫했다. 현대삼호의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127.4%로, 같은 그룹 소속 계열사인 현대중공업(148.6%)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최근 선주들의 LNG선 주문이 몰리는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는 현대삼호가 수혜를 입은 것이다.

현대삼호의 높은 생산성도 선주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삼호는 효율성이 떨어져 다른 조선소에선 포기한 육상건조공법의 단점을 기술력을 통해 극복하고, 여전히 생산에 적용 중인 유일한 조선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호적 시황과 높은 생산성 등이 현대삼호의 압도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