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하루만에 7만여명 급증…위중증·사망자 수도 증가세
전문가 "중환자 병상·재택치료 관리 체계 점검이 시급"
신규 확진 20만명에 근접…'2주뒤 33만4천여명' 예측도(종합)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급증해 23일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 명을 넘었다.

지난달 중순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된 뒤 신규 확진자 수는 매주 곱절로 증가하면서 20만 명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집에 머물며 건강을 관리하는 재택치료자는 이미 50만 명을 넘어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인공호흡기 등이 필요한 위중증 환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60세 이상 등 감염 고위험군에 검사·치료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방역·의료 체계가 아직 안정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고비를 넘기려면 대응방안을 보다 세심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신규 확진 하루만에 약 10만 명→17만 명…1.7배 급증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1천452명이다.

이날 확진자는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이후 765일 만에 가장 많다.

전날(9만9천573명)보다 7만1천879명 늘면서,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1.7배가 됐다.

이날뿐 아니라 지난달 셋째 주(1.16∼22)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뒤 확진자 수는 거의 매주 '더블링'(배로 증가)되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1만 명대를 기록했고 1주일만인 이달 2일 2만 명대가 됐다.

그로부터 3일 뒤인 이달 5일 3만 명대 중반으로 집계됐고 지난 10일에는 5만 명대, 18일 10만 명대를 기록한 뒤 이날 17만 명대로 올랐다.

최근 1주간(2.17∼23) 일평균 확진자 수는 11만910명으로, 한 달전 일평균 확진자 수 8천155명의 13.6배에 달한다.

신규 확진 20만명에 근접…'2주뒤 33만4천여명' 예측도(종합)
방역당국은 앞서 이달 말 확진자 수가 13만∼1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현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

오미크론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는 당분간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부 연구기관에서 오는 3월 중하순 신규 확진자 수가 최대 27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런 예측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팀은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홈페이지에 감염 재생산지수가 1.67일 경우 1주 뒤 신규 확진자가 21만3천332명, 2주 뒤엔 33만4천228명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팀은 내달 2일 하루 확진자 수가 32만여명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의 확산 속도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다"며 "2주 뒤 정도가 피크(정점)로, 신규 확진자가 25만∼30만 명 정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달 초중순만 해도 위중증 환자 수는 200명대, 사망자 수는 20∼30명대였지만, 점차 늘어 이날 0시 기준 중환자 수는 512명으로 500명대가 됐고 전날 하루 코로나19로 99명이 사망했다.

하루 사망자수 99명은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치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위중증률,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해도 확진자 규모가 증가하면 위중증 환자 수는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이달 1일 오후 5시 기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16.9%였으나, 전날 같은 시간에는 36.9%로 나타났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하루에 1%포인트씩 상승한 셈이다.

신규 확진 20만명에 근접…'2주뒤 33만4천여명' 예측도(종합)
◇ 중증환자 2천500명까지 나올 수도…"실제 운영 가능한 병상인지 확인해야"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내달 최대 2천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면서 병상을 2천685개까지 늘려둔 상태지만, 의료 현장에선 중환자 급증 상황에 대비해 실제 사용한 병상인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옥 교수팀은 1주 뒤 중환자가 990명, 2주 뒤 1천577명으로 늘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준비한 중환자 병상이 진짜 활용 가능한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인공호흡기 같은 중요 장비가 확보 안 돼 운영을 못하는 병상도 있고, 근무자 중 확진자가 생겨서 인력 공백으로 인해 운영을 못 하는 곳도 생길 것이라서 계속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유행의 정점이 지나고 2주 정도 뒤에 중환자 수가 최다가 될 것"이라며 "숫자상으로는 병상이 확보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재택치료자가 절대적으로 많아지는 상황에서 재택치료시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실제 지난 18일에는 생후 7개월 남아 확진자가 병원 이송 중 사망하고 19일 50대 남성 확진자가 집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재택치료 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최 교수는 "재택치료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여기서 위중증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어 "일반환자(비코로나 환자)가 응급실 이용을 못 하고 중환자실을 못 구해서 지난 3달 간 '초과사망'이 2천명 가까이 나왔다"며 "일반환자에 대한 치료체계가 영향을 받는 것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연일 의료체계가 현재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유행 정점 이후 '일상회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금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풍토병(엔데믹) 전환 단계'로 보면서, 전날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출구를 찾는 초입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3일 중대본 회의에서도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위중증률과 사망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를 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방역정책도 큰 틀에서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성급하고, 방역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안정적인 상황이 되게 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한데 지금 하나도 갖춰진 게 없다"며 "새 변이가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고, 처방이 쉽고 편한 항바이러스제도 없는 데다 치명률이 문제없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아니다.

코로나19는 60대 이상에선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정 교수도 "환자 발생이 어느 정도 줄어들어야 엔데믹으로 전환이 가능한 것"이라며 "점차 전환은 되겠지만, 당장 유행을 넘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