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수의 AI와 법] <2> 인공지능 판사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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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수 서울대학교 교수,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인공지능(AI) 판사가 판결을 하는 시대가 빨리 와야 한다!'
주기적으로 볼 수 있는 요구다. 이런 요구는 법원 판결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하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기도 하다.
AI 판사는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우선 AI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AI 기술은 하나의 특정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개별 기술들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텍스트 형태가 되었건 이미지 형태가 되었건,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한 뒤 유사한 종류의 데이터를 분류해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패턴을 찾아내거나 예측을 하는 종류의 작업을 한다.
AI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법원에서의 판단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재판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을 추출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분류하고, 이로부터 패턴을 찾아내고,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법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패턴 추출 역량이 뛰어나고 예측 성능이 좋은 AI를 개발하여 이를 사법판단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까지 AI 판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을 뿐더러 법원 판결 데이터를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AI 판사의 등장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AI 모형을 개발하여 실제의 기존 판결에 적용해 보면,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AI 모형도 그렇고 외국에서 개발된 AI 모형도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나마 정확도가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경우는, 사실관계가 간단하고 유사한 사건이 많이 축적된 전형적이고 간명한 유형의 사건들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사법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요청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건에 대해 AI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AI 판사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의 목소리 또한 복잡한 사건이나 선례가 또렷하지 않은 사건과 관련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AI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그 반대다. 쉽고 간단한 사건은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인간판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약간이라도 일손을 덜 수 있고, 그 대신 더 복잡한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은 판결의 비일관성을 지적해 주는 것이다. 외국의 연구를 보면 날씨에 따라 또는 본인이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승패에 따라 판사의 판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판결의 일관성이 떨어지게 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AI는 유사한 사건을 추려서 보여주거나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판결의 일관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 판사’는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인간판사’를 대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도우미로 어떻게 잘 활용할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볼 수 있는 요구다. 이런 요구는 법원 판결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종종 하는 주장이다. 그리고 실제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기도 하다.
AI 판사는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에 앞서 우선 AI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AI 기술은 하나의 특정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개별 기술들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가장 일반적으로는 텍스트 형태가 되었건 이미지 형태가 되었건, 데이터로부터 특징을 추출한 뒤 유사한 종류의 데이터를 분류해 내고 경우에 따라서는 패턴을 찾아내거나 예측을 하는 종류의 작업을 한다.
AI의 기능을 생각해 보면 법원에서의 판단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재판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라고 하는 것도, 중요한 특징을 추출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이를 일반화하여 분류하고, 이로부터 패턴을 찾아내고, 그리고 그에 기초하여 법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는 패턴 추출 역량이 뛰어나고 예측 성능이 좋은 AI를 개발하여 이를 사법판단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아직까지 AI 판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을 뿐더러 법원 판결 데이터를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 미국에서도 AI 판사의 등장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AI 모형을 개발하여 실제의 기존 판결에 적용해 보면,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AI 모형도 그렇고 외국에서 개발된 AI 모형도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나마 정확도가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경우는, 사실관계가 간단하고 유사한 사건이 많이 축적된 전형적이고 간명한 유형의 사건들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사법 현장에서 종종 들리는 요청은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건에 대해 AI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AI 판사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의 목소리 또한 복잡한 사건이나 선례가 또렷하지 않은 사건과 관련하여 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AI가 잘할 수 있는 것은 그 반대다. 쉽고 간단한 사건은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면 ‘인간판사’는 AI의 도움을 받아 약간이라도 일손을 덜 수 있고, 그 대신 더 복잡한 사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AI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영역은 판결의 비일관성을 지적해 주는 것이다. 외국의 연구를 보면 날씨에 따라 또는 본인이 응원하는 스포츠팀의 승패에 따라 판사의 판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판결의 일관성이 떨어지게 되는 경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AI는 유사한 사건을 추려서 보여주거나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판결의 일관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 판사’는 결국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인간판사’를 대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라 도우미로 어떻게 잘 활용할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