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 책임있는 국가로서 할 수 없는 일"
"고위급에서 러시아에 경고성 입장 전달…독자제재는 어려울 것"
한국이 미국 주도 러시아 제재 동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러시아에 자제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재 특파원들과 만나 "상당히 고위급 라인에서 러시아에 경고성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국 정부는 유엔 헌장에 따라 유엔 회원국이 다른 회원국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침해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의 우려에 공감하지만, 정부는 현재 대러 제재에 유보적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한국이 러시아에 독자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러시아가 신북방정책의 핵심 국가인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한국의 10위 교역대상국으로 거래 규모가 큰 데다, 많은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보니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한국이 러시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등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각 부처에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해 미국이 러시아를 제재했을 때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재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고위급에서 러시아에 경고성 입장 전달…독자제재는 어려울 것"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것을 두고는 "책임 있는 국가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이 2015년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알리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은 채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수를 했으면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일본은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며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다는 점에서 성숙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 당국자는 "실리적으로 일본과 협력할 때는 협력하더라도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올바른 과거사 인식 없이 무엇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한국의 사도 광산 추천 반대를 "역사전(戰)"이라고 칭한 것을 두고는 "과거 잘못을 미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역사 전체를 엉뚱한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