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지수는 사흘, 나스닥은 나흘 연속 하락한 뒤 뉴욕 증시는 23일(현지시간) 아침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6~0.8% 수준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진입한 러시아군이 거기서 멈춘다면 가능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가 지나자 나쁜 뉴스들이 쏟아졌습니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내무부, 경찰, 국방부, 보안국 등 정부 기관과 은행들이 대규모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아 웹사이트가 마비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가 본격 침공을 앞두고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전날 예비군 징집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노드스트림2 가스관을 건설한 기업을 추가 제재할 것이란 보도가 나왔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조치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P통신 등은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인근의 러시아군은 완벽하게 진격할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가 48시간 이내로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동부로 군대를 투입한 뒤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푸틴이 동부 지역 전선 너머로 작전을 확장할지, 우크라이나에서 훨씬 더 광범위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상황에서 어느 정도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라시아그룹은 "만약 군사적 긴장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불안정성을 보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엔 많은 미해결 과제가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미국 및 나토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중 어느 것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거기엔 풀기 매우 어려운 많은 문제가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런 긴장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증시는 흔들렸고 시간이 갈수록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다우 지수는 1.38%, S&P500 지수는 1.84%, 나스닥은 2.57%나 급락했습니다. S&P 500의 11개 업종 중 에너지(+1.01%)를 제외한 10개 업종이 내렸습니다. 사치재는 3.42%나 폭락했고, IT 업종도 2.56% 급락했습니다.
아마존은 3.5%, 애플은 2.5% 하락했고 테슬라는 7% 급락했습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36.3% 내렸고,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41.4% 떨어졌습니다. 미국 등의 제재 확대 경고에 러시아 수출량이 많은 니켈, 알루미늄, 밀 등 원자재와 농산물이 모두 급등했습니다.
전날 조정장에 진입(1월 3일 고점에서 10% 이상 하락)한 S&P500 지수는 이날 4225.50까지 떨어져 하락 폭이 12%로 더 커졌습니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1월 저점인 4222 바로 위에서 마감된 것입니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조정장 진입은 1950년 이후 33번째입니다. 과거 기록을 보면 S&P500 지수가 조정 국면에 들어간 뒤 향후 1, 2년 뒤 수익률은 괜찮습니다. 조정장 진입 시 저점까지의 하락 폭은 평균 18.8%, 중앙값으로는 16.5%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저점을 찍은 뒤 1년 뒤 지수가 상승했을 확률은 90.3%에 달했고, 지수는 평균 24.8%(중앙값 25.9%) 올랐습니다. 2년 뒤 상승했을 확률은 86.7%이고 평균 상승률은 37.4%(중앙값 45.2%)로 나타났습니다. 라이언 디트릭 LPL파이낸셜 전략가는 "경제는 여전히 강하고 비관적 투자 심리가 지나치게 높으므로 시장이 약세장(하락 폭 20% 이상)에 진입할지는 의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과거 통계를 보면 대부분 좋습니다. 미국 증시가 수십 년간 지속해서 상승세를 지속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통계를 조심스럽게 보는 게 좋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의 통계를 보면 1928년 이후 S&P500 지수가 10% 떨어진 경우는 99번 있었습니다. 1년에 통상 1.1회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 조정 기간은 평균 100일, 조정 폭은 19.5%에 달했습니다. 이 중 15% 이상 하락한 경우는 45회였습니다. 즉 10% 이상 내려 조정장에 진입할 경우 45% 확률로 15% 이상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하락률이 높아지면 조정 기간도 186일, 조정 폭은 28.2%로 불어납니다. 또 그 가운데 26회는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습니다. 15% 이상 떨어지면 약세장에 진입할 확률은 58%에 달합니다. 이러면 하락 기간은 289일, 평균 하락 폭은 35.6%에 달하게 됩니다. 특히 각각의 경우 1년 뒤 수익률은 큰 차이가 납니다. 10~14%로 조정이 끝날 경우, 고점에서부터 1년 뒤 수익률은 -3.4%지만 15% 이상 떨어질 경우는 -8.7%, 약세장 진입 시에는 -19.4%에 달합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1965년 이후 S&P500 지수가 조정에 들어간 경우를 따졌더니 평균 하락 폭은 21%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경우 하락 폭은 15.4%에 그쳤습니다. 반면 침체가 발생한 때는 36%나 떨어졌습니다. 이번 조정이 침체를 동반할지가 매우 중요한 겁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는 통상 어떻게 발생할까요? 바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촉발됩니다. 1950년 이후 12번의 긴축 사이클에서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던 적은 단 세 번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시장에 걱정이 큰 것입니다. 통상 오늘같이 증시가 폭락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금리가 하락(채권값 상승)합니다. 하지만 이날 금리는 크게 올랐습니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1.947%에서 이날 오후 4시 40분께 1.996%까지 상승했습니다. 2년물도 전날보다 1.9bp 올라 1.606%에 거래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제 3주 남았다. 50bp를 올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격적 긴축이 시작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기 부담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아침 전해진 뉴질랜드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매우 매파적이었거든요. 뉴질랜드는 기준금리를 25bp 올려 작년 10월부터 세 번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그래서 기준금리가 1%가 됐는데요. 특히 금리 전망치를 올해 연말 2.2%, 내년 말 3.3%로 높였습니다. 기존에는 2.1%, 2.6%였는데 이를 크게 올린 것이죠. 금리를 계속 더 큰 폭으로 올리겠다는 신호입니다. 뉴질랜드중앙은행의 에이드리언 오르 총재는 "향후 50bp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사들인 채권도 점진적으로 감축하겠다며 양적 긴축(QT) 방안도 내놓았습니다. 만기를 맺은 채권을 줄일 뿐 아니라 신중한 매각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질랜드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12월 기준 5.9%입니다. 미국의 7%대에 비해 훨씬 낮은데도 이렇게 공격적으로 긴축하고 있는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이날 아침 보고서에서 "근원 소비자물가(CPI) 구성 요인 중 3분의 2가량이 작년 7월부터 연간 4%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16%가량은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보인다"며 정점은 아직 멀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밀러타박의 맷 말리 수석 시상 전략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Fed다.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건 그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가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조급합니다. 이란 핵협정을 서둘고 있는 이유입니다. 유류세 면제 검토에 이어 이날 또다시 전략비축유 방출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유가는 여러 가지 소식이 합쳐지면서 오락가락하다가 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6.84달러로 전날과 변동이 없었습니다.

JP모간은 러시아가 석유와 가스 수출을 감축해 유럽에 대한 보복에 나선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2분기 평균 115달러, 3분기에는 105달러, 4분기에는 95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이란 핵협상이 성사된다면 2분기 110달러, 3분기 100달러, 4분기 90달러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 긴장감이 완화된다면 상반기 평균 90달러, 3분기 88달러, 4분기 86달러가 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전날 폭스뉴스에는 한 농장주가 출연했습니다. 이 농장주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인건비는 45%, 비료는 19%, 가스는 226%, 종잣값은 29%, 보험료는 34% 올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익은 올해 65%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지속한다면 Fed가 계속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그동안 "Fed가 인플레이션에 크게 뒤처졌다"라면서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사람인데요. 이번 주 파이낸셜타임스 칼럼에서 Fed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40%라고 밝혔습니다. 또 Fed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용인하면서 갈 확률을 30%로 봤습니다. 기존 목표인 2% 넘는 3, 4%대 인플레이션을 수용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물가가 안정되고 경제도 성장하는 ‘연착륙’ 시나리오의 확률은 10%로 봤고요.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침체가 오는, 즉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가능성을 그보다 큰 20%로 제시했습니다. Fed가 계속 금리를 올려 경기는 침체에 빠지지만, 인플레이션은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말합니다.

그랜드손튼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과도한 금리 인상 없이 인플레이션과 싸운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너무 늦을 때까지는 자신들이 너무 멀리 갔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공급망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는 수요를 크게 낮추지 못하고는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어려울 수 있다. 금리 인상은 고용 시장에 타격을 주고 실업률을 올릴 것이다. 결국, 불황의 위험이 커진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는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고 시장이 계속 하락하면 'Fed 풋'이라는 중앙은행의 지원을 나올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있습니다. 최소 지원은 아니더라도 긴축 속도는 늦추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시장에서 보는 3월 50bp 인상 가능성은 조금 낮아졌습니다. 현재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3월에 50bp를 인상할 확률은 36.6%로 1주일 전의 45.3%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의 세스 카펜터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팟캐스트를 통해 "시장은 Fed가 주식 시장의 반응에 얼마나 민감한지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주가가 더 하락해도 Fed는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15년간 Fed에서 근무하면서 FOMC에 보고되는 리포트를 만들고 브리핑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Fed가 경제를 관리하는 지표 중의 하나가 금융여건(financial condition)"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금융여건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는 주가, 금리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증시가 내리면 Fed는 주시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카펜터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시장의 변화는 중요하다. 경제 상황을 조사할 이유가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척도로 쓰인다"라면서도 "증시는 많은 잘못된 신호도 준다. 주가의 급격한 하락은 중앙은행의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Fed에게 변화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카펜터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통화 정책의 핵심은 금융여건을 긴축시켜 경제를 둔화시키는 것"이라며 "자산 가격이 낮아지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은 긴축 계획의 일부"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사실 자산 가격 하락보다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 얼마나 크고 빠르냐 하는 게 문제"라며 "금융여건이 몇 달에 걸쳐 매우 질서 있게 긴축된다면 Fed가 방향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만약 한 달 동안 매우 날카롭고 파괴적인 신용 스프레드 확대 등이 발생한다면 Fed는 긴축 계획에 상당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정말 심각한 폭락 사태가 발생해야 Fed가 재고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