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던라이프전에서 관람객들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베니스의 여인’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던라이프전에서 관람객들이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베니스의 여인’을 감상하고 있다. /대구미술관 제공
“거리를 걷는 남자는 무게가 없다. 죽었거나 혹은 의식이 없는 남자보다 훨씬 더 가볍다. 걷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다리로 균형을 잡고 있고,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무의식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루엣을 다듬어 가벼움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한 말이다. 대구미술관 모던라이프전에는 자코메티의 ‘숲’ ‘베니스의 여인’ 등이 전시돼있다.

"샤갈·자코메티·이배 작품을 대구서…위로와 감동 얻어요"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이 지난해 10월 19일 개막해 다음달 27일까지 여는 모던라이프 전시회가 세대를 초월해 인기를 얻고 있다.

퇴직을 앞둔 한 관람객은 “어떻게 사람의 무게가 없을 수가 있을까 싶지만 가족과 직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을 돌아보니 자코메티의 작품에 공감이 간다”며 “세월을 견뎌오느라 이제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 같은 헛헛한 인생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순 없을 것 같다”고 자코메티의 작품을 본 소감을 말했다. 미술이 주는 위안이자 작품에서 얻는 공감이다.

모던라이프전은 대구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연 해외교류전이다.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인 매그재단(대표 아드리앙 매그)과 대구미술관이 모더니즘을 주제로 두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전시는 지난 2년간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작가 78명의 대표작 144점을 통해 당대 예술가들이 추구한 미적 근대성, 서로 다른 문화와 회화의 전통을 가진 두 미술계의 만남을 선보인다.

프랑스 문화부의 외부반출허가를 받고 한국에 처음 온 마르크 샤갈의 ‘삶’(La Vie 1964)
프랑스 문화부의 외부반출허가를 받고 한국에 처음 온 마르크 샤갈의 ‘삶’(La Vie 1964)
매그재단은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생-폴드방스에 있는 기관으로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의 작품 약 1만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마르크 샤갈의 ‘삶(La Vie,1964)’은 대구미술관 전시를 위해 프랑스 문화부의 외부 반출 허가를 받은 작품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한 세대는 지나야 다시 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접하기 쉽지 않은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여서인지 일반관람객은 물론 미술 철학 문학 무용 등 전문가들의 방문도 많다는 것이 대구미술관 관계자의 이야기다. 전시 100일째를 지나면서 관람객 5만 명을 넘어섰다. 소액의 입장료를 받는 전시회와 달리 입장료가 1만원(청소년 7000원)인데도 주말이면 관람객이 1500명을 넘는다.

한 작품만 제대로 감상해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전시회라는 것이 관람객의 반응이다. 서울 부산 광주에서도 많은 관람객이 찾는다. 제주의 한 관람객은 “제주에서 육지로 전시회 보러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샤갈 작품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가족과 다녀간다”고 적었다. 서울의 한 관람객은 “서울에서 이 전시회가 열렸다면 n차 관람으로 바빴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 관람객은 인스타그램에 “샤갈의 작품만큼 보고 싶었던 이배의 ‘이쉬 뒤 푸(Issu du Feu)’.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미술재료가 비싸서 새로운 대안을 찾다가 숯으로 작업을 시작했던 작가는 이제는 ‘숯’ 하면 떠오르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다”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의 인스타그램과 SNS에서도 대구미술관 모던라이프전의 인기는 뜨겁다. 작품 한 점 한 점이 인생샷의 배경이 된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