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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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집값 상승률을 보였던 인천 연수구 청약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청약 흥행을 기록한 단지에 미계약 물량이 늘어 무순위 청약이 진행되는가 하면 중도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분양가를 낮춘 단지도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24일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가 전일 2순위 청약에서 마감됐다. 총 896가구 모집에 5651명이 참여하며 1~2순위 평균 경쟁률은 6.3대 1로 집계됐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는 하루 전 진행된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이 4.6대 1에 그치면서 전체 8개 주택형 가운데 5개가 예비 당첨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상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신규 아파트 청약 예비 당첨자 수를 공급 물량의 5배까지 확보하지 못하면 차순위로 넘어가 청약자를 더 모집해야 한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는 총 5차에 걸쳐서 5000여 가구를 공급한다. 2020년 분양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가 1순위 청약에 2만7922명이 몰리며 44.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4차는 청약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치들이 적지 않았다. 분양가 9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중도금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전용 84㎡ 분양가를 8억5700만~8억9900만원으로 책정했고, 통상 분양가의 20%인 계약금도 10%로 낮췄다. 그럼에도 전용 84㎡B형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고 전용 99㎡A형도 350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1220명만 신청하며 최종 경쟁률이 3.5대 1에 그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들어 송도 청약시장의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송도 럭스 오션 SK뷰'도 전체 16개 주택형 가운데 9개가 예비 당첨자를 확보하지 못해 1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2순위에서 미달된 물량은 없지만 계약이 모두 성사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 1월 분양한 '더샵 송도아크베이' 역시 1순위 청약에서는 486가구 모집에 2만2848명이 접수하며 47.0대 1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미계약 물량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 럭스 오션 SK뷰 조감도. 사진=SK에코플랜트
송도 럭스 오션 SK뷰 조감도. 사진=SK에코플랜트
업계에서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늘어난 공급물량이 송도 청약시장을 냉각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막히는데다 올해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중도금에 이어 잔금 대출의 문턱도 높아진 것이다.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최대 5.28~5.78%까지 뛰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추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6%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에서 공급 물량이 대거 쏟아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만9258가구가 입주했던 인천에는 올해 3만7907가구가 집들이를 시작한다. 내년에도 4만2073가구가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청약시장 물량도 많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천에 26개 단지, 총 1만7008가구가 공급된다. 지난해에 비해 7331가구 늘었다. 인천시는 2025년까지 18만5000가구, 2030년까지 40만5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기에 공급 물량은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한편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공급 물량도 늘어나며 지난해 급등했던 인천 집값도 하락세로 전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2.73% 올랐던 인천 집값은 올해 들어 3주 연속 하락세다. 송도가 위치한 연수구의 경우 지난해 33.1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 집값이 4번째로 많이 올랐지만, 최근 4주 연속 하락하며 올해 2월 둘째 주까지 누적 0.06%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급등한 집값에 고점 인식이 확산되며 부담을 느끼는 수요자가 증가했고, 증가한 입주 물량으로 주춤하는 재고시장이 청약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