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방 제재에 위안화 자산 확대 관측…'안전자산' 부각 측면도
우크라 긴장속 위안화 가치 4년만 최고…"러시아 수요 늘 것"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달러 대비 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던 위안화가 통념과는 달리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면서 위안화 가치가 근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4일 중국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외환 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2위안까지 내려가 2018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1위안까지 하락, 2018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낮아진 것은 위안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 진입을 선언하고 미국 등 서방이 일제히 제재를 발표한 직후 위안화 가치가 오른 것은 향후 서방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미국 달러화 대신 동맹에 가까운 우방인 중국 위안화를 더욱 많이 필요로 할 것이라는 관측이 부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보고서에서 "전체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충돌이 심각해질 때 위안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은 후에 외화 보유액 배분을 다변화하면서 위안화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작년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13.1%로 세계 주요국의 위안화 자산 보유 비중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비해 달러화 표시 자산 비중은 16.4%에 그쳤다.

이는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 위험에 노출되온 러시아가 달러 비중을 낮추고 위안화 등 다른 통화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2017년만 해도 러시아 외화보유액 중 달러화와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각각 46.3%, 0.1%였다.

자산운용사 프린서플의 아시아 운용 책임자인 하우 청 완은 로이터 통신에 "(서방 제재가) 위안화 같은 대체 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 국채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자국이 오래전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국이 된 가운데 이미 위안화가 우크라이나 위기 같은 국면에서 더는 위험 자산이 아닌 안전 자산으로서 성격을 굳혀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유상업 은행인 중국은행 소속 연구원 왕유신(王有鑫)은 증권일보에 "위안화 자산은 유동성, 안전성, 수익성 등을 두루 갖춰 위험 회피 자산으로서 환영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의 위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평가는 비단 중국 내부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한 익명의 외국계 은행 트레이더는 로이터 통신에 "해외 투자기관들이 중국 국채를 오랫동안 사들이고 있다"며 "(지정학적 상황이) 더욱 혼란스럽게 된다면 위안화 가치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록적인 수출 실적에 힘입어 위안화 가치는 작년부터 오랫동안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중국의 수출 특수가 올해는 약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이 본격적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미중 금리 격차 축소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는 향후 위안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할 가능성에도 주시해야 한다는 경계심도 형성되어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로서는 자국 경기 급랭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위안화의 추가 절상은 자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6.3위안 밑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시장 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직속 신문인 금융시보(金融時報)는 지난달 미중 금리 격차 축소와 중국의 수출 둔화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주된 압력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면서 자국의 수입 기업과 외채를 이용하는 기업이 환 위험 회피(헤지)를 효과적으로 해 위안화 평가절하로 초래될 수 있는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