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석유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제까지 미국은 러시아산 석유에는 제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며 "유가가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처해 있는 미국 입장에서 높은 유가는 큰 부담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5%에 달했다. 40년 만에 최고치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가장 상승폭이 높았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 유가는 더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는 석유 및 가스 수출이 끊기는 최악의 경우에도 중국이라는 대안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제재가 발생할 수록 러시아와 중국 간의 무역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러시아 상품의 최대 수입국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일했던 해리 브로드먼 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내려질 수록 중국과 러시아 간의 무역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4월물은 전날보다 0.2% 상승한 배럴당 9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