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직격탄 맞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사진=연합뉴스
우크라 사태 직격탄 맞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의 갈등에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자극돼 관련 기업들의 주가 흐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석유와 가스를 다루는 회사뿐만 아니라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철강·조선 섹터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24일 오전 10시0분 현재 에쓰오일(S-Oil)은 전일 대비 1400원(1.72%) 오른 8만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 영향으로 보인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21% 오른 배럴당 92.10달러에 마감됐다. WTI의 작년 종가는 배럴당 75.20달러였지만, 두달여 동안 22.47%가 급등했다.

에쓰오일은 최근에야 상승하고 있지만, 다른 석유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크게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석유는 24.25%가, 중앙에너비스는 73.79%가, 극동유화는 14.64%가 각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을 향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가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이달 들어 지에스이는 131.17%가, SK가스한국가스공사는 10.70%가, 서울가스는 9.25%가, SK가스는 9.01%가 각각 상승했다.

유럽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를 거치는 파이프라인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는데, 러시아는 천연가스 판매를 늘리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는 ‘노드스트롬2’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가동을 위한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내세운 두 개의 정부를 승인하고 자국 군대를 진입할 태세를 보이자 독일은 제재 차원에서 노드스트롬2의 승인 절차를 중단했고, 간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노드스트롬2와 관련된 기업과 당국자의 제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생기자 액화천연가스(LNG) 운송과 생산과 관련된 기업들이 시장에서 활기를 보였다. 우선 LNG 운반선 건조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조선섹터의 주가가 반응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상승률 상위 10개 기업 중 삼성중공우(29.97%), STX엔진(29.77%), 대우조선해양(21.90%), STX중공업(16.55%), 한국카본(15.61%), 현대미포조선(11.04%) 등 6개가 조선 관련 기업이었다. 한국카본은 LNG운반선의 화물창에 쓰이는 보냉재를 만드는 기업이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은 해저 유전에서 석유나 가스를 생산하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조선업종에 이어 철강업종도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선박 건조 비용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은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대형 철강사가, 석유나 천연가스 생산에 필요한 강관은 세아특수강을 비롯한 중소형 철강사들가 각각 만들고 있어서다.

다만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 축소가 당장 이뤄지기 힘든 만큼 수혜는 중장기적으로 기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2023년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조달계획을 수립했을 유럽이 갑자기 LNG로 전환해 필요한 에너지원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LNG 액화 수출-수입에 필요한 액화 수출 터미널과 기화 수입 터미널의 계획, 시공, 가동에는 최소 3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난 침공의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노드스트림2 사업이 정말 폐기될 것인지와 무관하게 중장기적으로 LNG운반선 신조 시장에 수혜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