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시장에서 기대하는 연말 기준금리 1.75~2.00%는 합리적인 경제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행 금리 수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1.5%가 되는 것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경기와 물가흐름, 금융불균형 위험 등을 다 감안해보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는 것이 금통위원 다수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수정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3.1%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예상대로 물가가 3%로 오른다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게 된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올해 2%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는 1.7%에서 2.0%로 상향했다. 성장률은 올해 3%, 내년 2.5%로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다. 이 총재는 "이번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간다면,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만큼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원자재 수급불균형이 곧바로 나타나고, 국내 물가상승 압력으로 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서방에서 경제제재 수위를 높인다면 글로벌 교역은 위축될 수 밖에 없고, 국내 생산과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원론적으로 보면 물가 오름세가 높아지면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정도가 확대되는 것"이라며 "대응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완화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에 대해서도 물가가 큰 고려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다만 물가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유일한 요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물가 전망을 높였으니 금리 인상 횟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예상은 적절치 않다"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땐 물가만 보는게 아니라 성장과 금융안정 상황도 같이 본다"고 밝혔다.

당정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선 "추경을 편성하고 정부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물가를 자극시키지 않겠냐는 우려는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추경은 전반적인 경기를 진작시키는 게 아니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소상공인의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기축통화국 진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경제적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이미 정치 이슈화가 됐다"며 "대선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말했다.

'국가 채무 비율이 100%까지 치솟아도 괜찮다'라는 대선 후보 주장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아무리 경제적인 측면에 입각해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원화가 대외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한다"며 "또한 인프라 확충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게 다 수반이 돼야만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제 결제에 있어서 원화가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