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우크라 사태, 국내 물가에 큰 영향 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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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 시기상 답변 적절치 않아"
내달 퇴임 앞둔 소회에서 "통화정책, 항공모함과 같은 것" 비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움직임에 상승 압력을 넣는 주요 요인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이를 2.0%로 전망한 지 약 3개월 만에 1.1%포인트(p)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한 점을 고려해서 물가 상승률을 상향했다"라며 "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가 물가 상방 요인 중 가장 두드러진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 상향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 금융 안정상황 등을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총재는 한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언급한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부분이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답하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변했다.
이번 전망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한 비중은 얼마나 큰가.
▲ 국제 유가가 상당히 오름세를 보인 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컸다.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해 물가상승률을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가 물가 상방 요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본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 기준금리 인상 폭도 커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원론적으로 보면 물가 오름세가 높아졌을 때 통화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 커진다.
앞으로도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이런 물가 상황이 큰 고려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세, 금융안정상황도 함께 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였다고 해서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기계적인 예상은 적절치 않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어느 수준으로 조정돼야 하나.
▲ 이번 물가상승률 전망에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도 포함됐지만,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은 빠져있다.
양국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수는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고, 또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 강도를 높이면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국내 수출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한은의 물가 관리목표치인 2.0%를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 추경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목표가 경기 부양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받은 소상공인의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가 관리목표는 중기적인 시기를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어느 한 시점의 물가 움직임에 따라 목표 자체를 조정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2년마다 목표치를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 다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확산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가속화 움직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몇 번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난달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25%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긴축적이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1.75∼2.00%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 일단 한 차례 더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립 금리와 준칙금리 수준 등 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본다.
물가는 올랐기 때문에 더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금통위 다수의 의견은 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간다면 물가 오름세도 높고 금융불균형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완화 정도를 지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우리와 같은 경제 흐름을 예상하는 듯하다.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지만, 금통위와의 괴리가 있다면 소통해나가도록 하겠다.
-- 최근 대선 후보 토론에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이 언급되며 논란이 있었다.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과 원화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 대열에 들 수 있겠냐 하는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이슈화가 돼 버렸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본다.
원화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성장 기반이나 기초경제 여건 등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본시장이나 외환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서 국제 결제시장에서 원화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오늘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여했다.
8년간의 임기 중 실시된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 본다.
다만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을 이끄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방향을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고, 바꿀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시야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인 특징이 있다.
우리의 예상대로 상황이 흐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린다.
/연합뉴스
내달 퇴임 앞둔 소회에서 "통화정책, 항공모함과 같은 것" 비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한 직후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물가 움직임에 상승 압력을 넣는 주요 요인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3.1%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이를 2.0%로 전망한 지 약 3개월 만에 1.1%포인트(p)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한 점을 고려해서 물가 상승률을 상향했다"라며 "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가 물가 상방 요인 중 가장 두드러진 요인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물가 상승률 상향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질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물가뿐만 아니라 성장, 금융 안정상황 등을 함께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총재는 한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 언급한 '원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부분이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답하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변했다.
이번 전망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한 비중은 얼마나 큰가.
▲ 국제 유가가 상당히 오름세를 보인 데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컸다.
국제 유가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된 점을 고려해 물가상승률을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가 물가 상방 요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본다.
--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크게 높이면 기준금리 인상 폭도 커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원론적으로 보면 물가 오름세가 높아졌을 때 통화정책 대응의 필요성이 종전보다 더 커진다.
앞으로도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은 이런 물가 상황이 큰 고려 요인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다만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세, 금융안정상황도 함께 보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였다고 해서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기계적인 예상은 적절치 않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어느 수준으로 조정돼야 하나.
▲ 이번 물가상승률 전망에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도 포함됐지만, 전면전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은 빠져있다.
양국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수급불균형이 나타날 수는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물가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고, 또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 강도를 높이면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국내 수출이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데, 이런 움직임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한은의 물가 관리목표치인 2.0%를 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번 추경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목표가 경기 부양이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받은 소상공인의 피해를 지원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가 관리목표는 중기적인 시기를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어느 한 시점의 물가 움직임에 따라 목표 자체를 조정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
2년마다 목표치를 점검하고 있기 때문에 그때 다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확산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가속화 움직임,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몇 번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지난달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25%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여전히 긴축적이지 않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1.75∼2.00%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 일단 한 차례 더 올려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립 금리와 준칙금리 수준 등 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본다.
물가는 올랐기 때문에 더 완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금통위 다수의 의견은 성장 흐름이 예상대로 간다면 물가 오름세도 높고 금융불균형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완화 정도를 지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우리와 같은 경제 흐름을 예상하는 듯하다.
시장의 기대는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지만, 금통위와의 괴리가 있다면 소통해나가도록 하겠다.
-- 최근 대선 후보 토론에서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이 언급되며 논란이 있었다.
한국의 기축통화국 가능성과 원화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 대열에 들 수 있겠냐 하는 문제는 이미 정치권에서 이슈화가 돼 버렸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고 본다.
원화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원론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성장 기반이나 기초경제 여건 등을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자본시장이나 외환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서 국제 결제시장에서 원화가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오늘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여했다.
8년간의 임기 중 실시된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 본다.
다만 통화정책은 항공모함을 이끄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방향을 바꾸기가 대단히 어렵고, 바꿀 때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시야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태생적인 특징이 있다.
우리의 예상대로 상황이 흐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씀드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