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가 고점에서 40% 가까이 빠졌다. 이번달에만 테슬라를 4조8000억원 가량 순매수한 서학개미들은 추가매수를 통해 평단가를 낮출 것인지 손실을 보더라도 매도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외부환경이 우호적이진 않지만 테슬라의 펀더멘털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열어두되 분할매수 할 만한 구간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테슬라를 괴롭히는 요인 네 가지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전거래일 대비 7% 떨어진 764.04달러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말에 1200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는 고점 대비 38.55% 하락하며 나스닥지수의 고점 대비 하락폭(19.58%)보다도 훨씬 큰 폭으로 내렸다. 이달 들어 서학개미는 테슬라만 총 40억달러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렸었다.

현재 테슬라를 괴롭히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값 인상, 그리고 연이은 테슬라의 리콜과 독일 가뭄에 따른 베를린 공장 건설의 연기다. 이 중 매크로 요인을 제외한 테슬라만의 문제요인(리콜, 베를린공장)에 대해선 단기적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리콜이 기존엔 와이퍼나 단차 등 외부 문제 때문이었다면 최근엔 오토파일럿 등이 문제가 되고 있어 우려가 높다"면서도 "세상에 없던 기술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기적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베를린 공장 건설 차질에 대해서도 임 연구원은 "이미 짓고 있는 공장을 허물 순 없고 완공에 시간이 걸릴 뿐"이라며 "당장은 상하이 공장을 증설해 물량을 늘릴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언급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Fed의 긴축과 원자재값 상승이다. 테슬라는 미래에 낼 이익을 주가에 미리 반영한 대표적 성장주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55.89배에 이른다. 당장 금리가 높아지는데 구태여 먼 미래까지 바라보고 테슬라를 살 이유가 줄어드는 셈이다. 주요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고조되는 것은 마진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전기차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값이 올라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길게 보고 매수할 때

다만 증권가에선 긴축에 따른 주가 조정은 이미 상당부분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팩트셋 기준 현재 테슬라의 주가매출비율(PSR)은 9.3배다. 고점(18배) 대비 반토막 상태이며 3년 평균치(8배) 대비 다소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값 상승은 지켜봐야 할 문제이나 테슬라가 타사 대비 상황이 나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테슬라는 니켈 광산과 직접 계약하는 등 자체적으로 원자재 조달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대란 당시 테슬라는 제어장치를 중앙화 하는 기술로 타사 대비 반도체 적게 써 타격이 적었다"면서 "4080 배터리는 비용을 줄일 수 있기도 하다"고도 덧붙였다.

테슬라의 독주 구조와 성장궤도는 변한 게 없는 만큼 길게 보고 매수할 때라는 조언도 나온다. 혹황기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늘어나면 결국 1등 기업인 테슬라에 인력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 센터장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은 많지만 자율주행 분야에선 여전히 테슬라가 독보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충분한 현금이 있는 투자자라면 하락 가능성은 열어두되 추가 매수를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