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초콜릿의 세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이다. 인생살이의 변화무쌍함을 초콜릿 상자에 빗댄 이 한 줄은 시대를 초월하는 명대사로 꼽힌다. 초콜릿의 맛과 생김새는 저마다 다르다. 짜릿할 정도로 달콤한가 하면, 깊은 여운이 남을 만큼 씁쓸한 것도 있다.
인생이 그렇듯, 초콜릿은 맛을 보기 전엔 그 속을 알 수 없다. 초콜릿 맛은 주재료 품질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좋은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로 섬세한 맛을 구현한 초콜릿일수록 높은 가격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동네 슈퍼에서 파는 휴대폰 크기만 한 70g짜리 납작한 초콜릿은 1000원이지만, 고급 재료로 공들여 만든 초콜릿은 동전 크기의 10g 한 조각이 3000원을 훌쩍 넘는다. ‘초콜릿계의 에르메스’로 통하는 프랑스산 고급 초콜릿은 200g에 5만원 이상 줘야 맛볼 수 있다.
은은한 향에 적당한 단맛까지 갖춘 고급 초콜릿은 특별하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다가 다채로운 풍미를 낸다. 단맛 외에 쓴맛, 떫은맛, 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초콜릿 흉내를 낸 ‘준초콜릿’과는 식감이 확연히 다르다. 고급 초콜릿은 아몬드, 꿀, 유자, 과일 등 어떤 재료와 섞여도 조화로운 맛을 구현한다. 화려한 색과 무늬를 담아낸 초콜릿은 보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물 건너온’ 고급 초콜릿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견과류, 술, 버터 등으로 속을 채운 벨기에식 ‘프랄린 초콜릿’, 가나슈에 얇은 초콜릿을 입힌 프랑스식 ‘디핑 초콜릿’은 고급 중에서도 명품으로 통한다. 밀크 초콜릿은 유제품이 발달한 스위스식이 최고로 꼽힌다.
초콜릿 전문가 ‘쇼콜라티에’는 말한다. “그날 끌리는 초콜릿 하나를 골라 한 입 깨물기만 해도 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더 달콤하고 특별한 맛이었으면…. 초콜릿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기까지, 설레는 그 순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좋아하는 이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풍습이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유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초콜릿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필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바로 이 맛, 이 기분이다. 오늘도 초콜릿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