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익 홀대하는 기업, 왜 멀리해야 하는가
“회사는 빚 갚을 돈이 없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유동성이 부족해 파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익을 못 내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유필화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파산하는 근본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이익은 기업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런데도 ‘매출’ 시장점유율’ 등 다른 개념들처럼 중요하게 논의된 적은 없다. 유 교수가 ‘유럽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과 함께 《이익이란 무엇인가》를 쓴 이유다.

저자가 강조하는 이익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수입에서 지출을 뺀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익은 ‘기업이 지불할 의무가 있는 모든 비용을 제외한 다음 챙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라는 통념과 달리 저자들은 이익을 비용으로 해석한다. 이익은 빌린 돈을 갚는 데 쓰이는 자본비용, 기업가가 책임지는 위험비용, 일자리와 연금을 확보하는 미래비용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저자는 “이익과 관련한 유사 단어가 난무하지만 이익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살아남는 데 쓰는 비용”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사람들이 기업의 이익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익을 내는 기업은 극소수이고 대다수는 적자에 허덕이는 데도 큰 위험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것. 책은 이익을 경시하는 기업들을 경계한다. 기업은 ‘이익지향’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 저자들은 “현실에서 이익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내세우는 경영자는 매우 드문 듯하다”며 “우리가 기업들로부터 받은 인상은 마진, 수익률, 이익의 절대 액수 등이 시장점유율이나 판매량보다 덜 중시되는 것 같다는 것”이라고 했다. 계속 적자를 내면서도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기업인이 많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이익의 투자자를 헷갈리게 하는 이익의 다양한 개념을 파헤치면서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경영 상황과 국가별, 산업별 이익 동향을 보여준다. 또한 가격·판매량·원가 등 세 가지 이익 동인을 집중 분석해 이익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회사 전체를 ‘이익 중심 조직’으로 바꾸는 다양한 방법도 제안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