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을 바탕으로 출범을 준비 중인 슈퍼골프리그(SGL)가 안팎으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백상어’ 그레그 노먼(68·호주·사진)이 출범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내고 있다. 노먼은 SGL에 참가하는 선수들에 대한 PGA투어의 영구 제명 징계는 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골프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노먼은 지난주 선수들과 에이전트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편을 보냈다. SGL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대항해 출범을 준비하는 새로운 리그다. 노먼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대표로, SGL 출범을 주도하고 있다. SGL이 세계 톱랭커 영입에 나서자 PGA투어가 “SGL 참여 선수는 영구제명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노먼은 이 편지에서 이 같은 PGA투어의 방침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SGL 출전 선수를 영구제명하겠다는 조치는 선수 금지법과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PGA투어가 비영리단체라는 주장과도 어긋난다”며 “PGA투어가 선수들을 영구 제명할 경우 회원들과의 관계가 훼손될 것이며 대중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는 선수들의 편이다. 우리 중 누구도 PGA투어에 의한 이런 터무니없는 괴롭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며 PGA투어로부터 이런 내용을 듣게 된다면 문서로 남겨 놓으라고 했다. 편지는 노먼의 친필 사인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편지는 선수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SGL로서는 PGA투어를 앞장서서 비난했던 필 미컬슨(52·미국)이 자신을 사실상 SGL의 핵심 설계자라고 인정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발송됐기 때문이다. 녹취록에서 미컬슨은 SGL을 PGA투어의 라이벌로 만들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권 탄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가 왜 그런 것을 신경 써야 하나”라고 했다. 이 발언은 PGA투어 안팎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PGA투어는 미컬슨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으며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무지하고 이기적”이라고 미컬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먼의 마지막 안간힘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컬슨의 최대 후원사 KPMG는 그에 대한 후원을 철회하기로 했고 SGL 참여를 고민하던 더스틴 존슨(38·미국)과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는 “PGA투어에 남을 것”이라고 서둘러 밝혔다. 미컬슨은 23일 결국 사과성명을 내고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