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건설재해 해법은 '스마트 건축'
지난달 27일 시작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한 달을 맞았다. 현장에서 근로자 한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 건설 현장마다 ‘안전 제일(safety first)’ 문구가 곳곳에 붙은 배경이다.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는 주말 근무를 대폭 줄이고, 안전 점검을 수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지난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중 사망자가 두 명 이상 발생한 곳의 71%가 건설 현장이었다. 건설사들이 ‘중대재해 단골’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건설업 안전관리 '레벨업'

근로자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사회적 가치다. 건설사는 이를 위해 현장 안전관리 인원을 확충하고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하고 안전 전담 조직을 둔 곳도 적지 않다. 다만 지나친 안전관리와 원자재값 급등으로 상반기 건설업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 안전관리가 한 단계 레벨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흔히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요약되는 ‘스마트 건축’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스마트 건축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현장에 접목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건축물을 짓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건설 인력난 해소와도 관련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스마트 건축으로 ‘프리콘(pre-construction)’과 ‘OSC(off-site construction·탈현장 건설)’가 있다. 프리콘은 ‘공사 전에 가상으로 건설을 해 본다’는 뜻이다. 설계 단계부터 발주사, 설계사, 건설사 등 모든 관계자가 참여해 원가절감 방안을 도출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BIM(빌딩정보모델링) 등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력 재배치와 작업 공정 조율 등으로 정확한 견적을 뽑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

OSC 방식은 현장 부지가 아니라 공장 등 외부에서 건축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 이송한 뒤 설치하는 형태다.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공법’과 ‘모듈러 공법’ 등이 있다. PC는 공장에서 목적에 맞게 미리 만든 콘크리트 제품이다. 모듈러 공법도 욕실 등 공정 대부분을 공장에서 맞춤 제작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균일한 품질과 강한 내구성이 장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달 경기 용인 영덕A2블록에서 착공한 경기행복주택(106가구)은 모듈러 공법으로 고층(13층) 공동주택 건설에 나선 첫 사례다. 엄격한 내화 성능 기준 때문에 그동안 모듈러 주택은 대부분 6층 이하로 지어졌다.

디지털전환 지원책 마련해야

이들 공법은 현장 작업을 최소화해 안전사고 위험을 낮춰주는 게 공통점이다. 소음과 분진도 줄인다. 공사 기간이 짧고 민원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건설 스타트업인 콘테크(con-tech) 기업들이 로봇을 활용해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건설 공정을 효율화하고 안전사고를 줄이는 디지털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사는 아직 스마트 건설 시스템 구축이 초보 단계다. 건설사가 디지털전환을 서두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용 기준 수립과 관련 기술 도입을 위한 자금 조달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채찍’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