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달 초 젠바디와 수젠텍에 항원검사시약(자가검사키트) 신규 허가를 내주면서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자가검사 키트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어서다. 구원투수로 나선 곳은 삼성전자였다. 대규모 생산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들이 갑자기 생산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 행보였다.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에 있는 젠바디 사업장에 스마트공장 구축 전문가 19명을 급파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수젠텍에도 전문가를 파견하기로 하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설비당 작업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30%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또 완성된 진단키트가 빠르게 배송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재배치하고, 재고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물류 작업을 효율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젠바디가 건설 중인 신공장이 빠르게 양산체제에 들어가도록 돕는 역할도 맡는다. 오는 4월 말 가동 예정인 신공장이 생산에 들어가면 젠바디의 자가진단키트 생산량은 주당 300만 개에서 600만 개로 두 배로 증가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 때마다 국내 중소기업은 삼성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해결했다. 2020년 2월 ‘마스크 대란’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마스크가 동이 나자 삼성전자는 마스크 제조 업체 네 곳에 생산 전문가 50여 명을 파견해 두 달 만에 생산량을 51%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5월 코로나19 PCR 진단키트 제조 업체들이 급증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을 때도 삼성이 나섰다. 솔젠트와 코젠바이오텍은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은 뒤 주당 진단키트 생산량을 70% 이상 늘릴 수 있었다.

주사기 생산기업 풍림파마텍도 비슷한 사례다. 백신 잔량이 거의 남지 않는 ‘LDS 주사기’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삼성의 지원을 받았다. LDS 주사기는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도입하기 위해 ‘협상 지렛대’로도 활용했던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행보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긴급 지원을 결정하면서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에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해야 한다”며 “이번 일(코로나19)로 고통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는 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노력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