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사회심리학으로 본 세수오차 참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쏠림현상으로 경제회복 예상못해
일관성 없다는 비난 염두에 둔 듯
홍 부총리 개선안 큰 기대 말아야"
박준동 정책·국제부문장 겸 경제부장
일관성 없다는 비난 염두에 둔 듯
홍 부총리 개선안 큰 기대 말아야"
박준동 정책·국제부문장 겸 경제부장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오차를 냈다. 실제 거둬들인 국세보다 터무니없게 적게 예상한 것이다. 국세 수입은 기재부가 202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020년 말 내놓은 예상치가 282조7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론 344조원을 웃돌았다.
이것이 ‘참사’로 불리는 것은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오차 규모는 61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였다. 오차의 절대액도 그렇지만 오차 비율은 21.7%에 이른다. 종전 최대 오차 규모와 비율은 2018년의 25조5000억원과 9.5%였다. 지난해 기재부의 잘못은 올림픽 신기록 감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 같다.
기재부, 특히 세제실의 잘못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기재부 담당자들의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같은 인신공격성 분석은 제외한다. 대신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해 본다.
우선 쏠림현상(herd behavior)이다. 어떤 무리나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집행동(群集行動)이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많이 거론되지만 경제 전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2020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2021년 세수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2020년의 국세 수입 규모가 285조5000억원이었는데 2021년 예상치가 282조7000억원으로 나온 이유다.
쏠림현상은 상황이 나쁠 때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하반기에 2010년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6.8%였다. 한은의 2009년 상반기 전망치는 겨우 3.5%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기에 회복 속도를 낮게 잡은 것이다. 비관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한은이나 기재부나 같다는 얘기다.
다음으론 일관성 원칙(consistency principle)이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입장이나 철학을 유지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 세제실은 코로나19로 2021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개선된다고 해서 종전 전망을 크게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세제실에 기회는 있었다.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짤 때였다. 이때 국세 수입 전망치를 30조원가량 높여 잡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상향해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 실정에 따른 부동산 관련 세수가 급증해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만 높이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치알디니의 말마따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유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 했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련한 개선안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수 추계 횟수를 늘리면 경제 상황의 변화를 따라잡는 데 용이할 수 있다. 세제실 외부의 사람들을 세수 추계에 합류시키면 집단의 동질성을 완화시켜 못 보던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 구성원이 기존 구성원과 같은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사회를 구성해 살면 사회심리가 작동하게 돼 있어서다. 때문에 개선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와는 별도로 홍 부총리가 세제실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과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홍 부총리 본인으로선 일관성과 자존심이 훼손됐다고 여길 수 있다. 연이은 추경에 반대 의견을 내고, 추경을 하더라도 금액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애써 왔는데 세수가 계속 늘어나니 자신의 입장이 무엇이 되겠는가. 한은은 2010년뿐 아니라 숱하게 성장률 전망 오차를 크고 작게 내 왔지만 잘못했다고 담당자들을 심하게 문책하지는 않았다. ‘경제 전망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고 말았다.
이것이 ‘참사’로 불리는 것은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오차 규모는 61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였다. 오차의 절대액도 그렇지만 오차 비율은 21.7%에 이른다. 종전 최대 오차 규모와 비율은 2018년의 25조5000억원과 9.5%였다. 지난해 기재부의 잘못은 올림픽 신기록 감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 같다.
기재부, 특히 세제실의 잘못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기재부 담당자들의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같은 인신공격성 분석은 제외한다. 대신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해 본다.
우선 쏠림현상(herd behavior)이다. 어떤 무리나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집행동(群集行動)이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많이 거론되지만 경제 전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2020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2021년 세수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2020년의 국세 수입 규모가 285조5000억원이었는데 2021년 예상치가 282조7000억원으로 나온 이유다.
쏠림현상은 상황이 나쁠 때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하반기에 2010년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6.8%였다. 한은의 2009년 상반기 전망치는 겨우 3.5%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기에 회복 속도를 낮게 잡은 것이다. 비관적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은 한은이나 기재부나 같다는 얘기다.
다음으론 일관성 원칙(consistency principle)이다. 《설득의 심리학》을 쓴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입장이나 철학을 유지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 세제실은 코로나19로 2021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황이 개선된다고 해서 종전 전망을 크게 바꾸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세제실에 기회는 있었다. 지난해 7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짤 때였다. 이때 국세 수입 전망치를 30조원가량 높여 잡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상향해도 무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동산 실정에 따른 부동산 관련 세수가 급증해서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만 높이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치알디니의 말마따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유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 했을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련한 개선안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세수 추계 횟수를 늘리면 경제 상황의 변화를 따라잡는 데 용이할 수 있다. 세제실 외부의 사람들을 세수 추계에 합류시키면 집단의 동질성을 완화시켜 못 보던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 구성원이 기존 구성원과 같은 성향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사회를 구성해 살면 사회심리가 작동하게 돼 있어서다. 때문에 개선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와는 별도로 홍 부총리가 세제실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과한 결정으로 여겨진다. 홍 부총리 본인으로선 일관성과 자존심이 훼손됐다고 여길 수 있다. 연이은 추경에 반대 의견을 내고, 추경을 하더라도 금액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애써 왔는데 세수가 계속 늘어나니 자신의 입장이 무엇이 되겠는가. 한은은 2010년뿐 아니라 숱하게 성장률 전망 오차를 크고 작게 내 왔지만 잘못했다고 담당자들을 심하게 문책하지는 않았다. ‘경제 전망은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