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어린이 백신' 딜레마
“확진자의 27%가 소아·청소년이라니까 우리 아이에게도 백신을 맞혀야 하나….” “아이들에게는 백신 부작용이 더 위험한 것 아닌가?” 정부가 이르면 내달 5~11세 아동의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하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혹시나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제 허가한 5~11세용 백신은 화이자 제품이다. 12세 이상 백신과 종류는 같고 용량은 3분의 1, 접종은 3주 간격 2회다. 임상시험 결과 접종 후 가벼운 증상은 있지만 심근염 등 중대한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방효과는 90% 이상으로 평가됐다. 미국 유럽 호주 등 62개국에서 접종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어린이 870만 명이 이 백신을 접종했다. 약 한 달 반 동안 이상 반응 4249건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4149건(97.6%)은 가벼운 증상, 100건(2.4%)은 중대한 증상이었다. 임상시험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심근염도 12건 보고됐다.

접종을 앞둔 부모 마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도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한 10대가 사망했다. 그동안 백신 접종 후 사망한 10대는 총 7명이다. 이들 모두 2차 접종자였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강권하기보다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고위험군이 있는 아동에게는 접종을 권고하지만, 그 외 건강한 아이에겐 백신 접종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백신을 맞아도 이미 팬데믹이 끝날 때쯤 효과가 나타나므로 시기상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꼭 백신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이 곁에서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라고 권한다. 백신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시점은 주로 접종 후 이틀까지다. 이때까지는 보호자가 곁에 붙어 세심히 살펴야 한다. 피로감이나 두통, 발열, 고열이 있을 수 있고, 드물지만 발작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소아용 의료 인프라 구축이다. 보호자가 필요한 소아 청소년의 특성상 전용병상과 소아 전담 의료진, 시설이 완비돼야 한다. 지난주 7개월 영아가 병원 이송 중 숨진 것도 전담 의료진 부족 탓이었다. 이래저래 ‘백신 딜레마’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