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다음달 대통령 선거 이후 줄줄이 오른다. 정부가 각종 공공요금을 인위적으로 억누른 것이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등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면서 더 이상 요금 인상을 미루기가 어려워져서다. 임기 중 물가상승률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포퓰리즘’이 국민 부담을 키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한전과 한국가스공사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중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인상된다. 한전은 오는 4월과 10월 전기요금을 올리겠다고 지난해 말 발표했다.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등 총 7.9% 높아진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원가 상승분을 지난해부터 반영했어야 하지만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미룬 것이 올해 큰 폭의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5월부터 세 차례 가스요금을 인상한다. 현재 0원인 메가줄(MJ)당 가스요금 정산단가가 5월 1.23원, 7월 1.9원, 10월 2.3원으로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오른다. 가구의 월평균 부담액(월평균 사용량 2000MJ 기준)은 현재 2만8450원에서 10월 이후 3만3050원으로 4600원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요금, 상하수도 요금도 2분기 이후 인상이 예고됐다. 이들 품목 역시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 요구가 있어 왔지만 기획재정부가 구두 개입을 통해 가격 인상 시기를 2분기 이후로 미루도록 했다. 이때도 물가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부는 이와 함께 각종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감시 체계를 강화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별 공공요금 공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17개 시·도별로 공개하던 공공요금 물가를 243개 시·군·구 단위로 쪼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요금 비교체제가 확정되면 지자체들이 요금을 인상하기 어려워진다.

민간 영역의 물가에도 개입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12개 대표 품목의 외식물가를 공개하고 있다. 치킨·김밥·햄버거 가격을 매주 공개해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같은 요금 인상 억제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각종 에너지 원가 부담이 커지고, 인건비가 오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각종 요금의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 차례로 요금을 올렸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상 시기를 분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참이슬 등 소주 가격이 7.9% 인상되는 등 식품 물가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대선 이후 각종 공공요금까지 일제히 뛰면 서민과 중산층부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