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세상.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너른 잔디밭 의자에 걸터앉아 고즈넉한 마을 전경을 바라보며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평화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농‧귀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지 주민들과의 친화, 힘든 농사일, 만만치 않은 주택관리, 도시보다 턱없이 부족한 편의시설 등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죠. 여기에 강화된 법도 귀촌을 꿈꾸는 이들의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바로 재산세법과 종부세법, 그리고 농지법이죠.

“매물은 꾸준히 나오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네요.”
강원도 원주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렇게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 대표는 “기존 주택 매도는 물론 신축 주택과 전원주택지 분양 매물도 상당히 있지만, 거래가 뜸하다”라며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은 지방 주택을 팔려고 하고, 수요자는 주택 매수를 꺼리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거래가 식어버린 비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세금도 농촌 주택 거래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거듭될 때마다 법이 개정되면서 무거워진 세금부담으로 인해 귀촌 주택시장에 혹한기가 지속하고 있는 것이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까지 각종 세금부담으로 인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뚝 끊겼기 때문입니다.

먼저 보유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각각 재산세법과 종부세법에 따라 부과되죠. 세금 부담이 어떻게 커지는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격 33억9500만 원인 서울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1주택 소유자(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가 비수도권에 농촌주택을 매수했을 경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3809만 원에서 6184만 원으로 62.4%(2375만 원)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주택자가 되면 1주택자에 부여되는 추가 공제 5억 원 혜택이 사라져 종부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주택일 때 재산세는 751만 원, 도시지역분재산세와 지방교육세가 430만 원, 종부세 2185만 원, 농어촌특별세가 437만 원입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3809만 원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 공시가격은 매년 급격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공시가격을 근거로 산출하기 때문에 이에 비례해 세 부담도 커집니다. 여기에 세율 인상과 공정거래가액비율 상향 등 집값이 더 상승하지 않아도 세금은 오르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농촌주택을 추가로 살 때 세금이 급격하게 불어납니다.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는 같지만, 종부세가 4113만 원, 농어촌특별세가 822만 원으로 늘어납니다. 이를 총 합치면 6184만 원입니다.
위 사례는 세금 증가폭을 보다 뚜렷하게 보기 위해 고가 아파트를 예로 든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 수도권 아파트 상당수가 높은 시세를 보이는 만큼 이보다 가격대가 낮다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세금 부담이 커지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집을 팔 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집니다. 위 아파트 보유자의 시세차익이 10억 원이라고 가정할 때 1주택인 상태에서 매각하면 양도세가 3억9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전원주택을 취득해 2주택이 됐을 경우 일시적 2주택 비과세 기간이 지난 뒤 기존 아파트를 매각하면 양도세가 6억4100만 원으로 급증합니다.
물론 여기에도 틈새는 있습니다. 읍‧면지역의 농어촌주택에 대해선 양도세 과세 특례를 줍니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제99조 4조의 1항에 따른 것인데요. 농어촌주택에 해당하는 집은 1가구 2주택에 해당하더라도 양도세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농어촌주택으로 인정받는 지역은 강원도 홍천, 횡성 등 대부분 수도권 접근성이 낮은 지역입니다.

‘귀촌을 결심했다면 기존 도시 주택을 처분하면 세금 부담이 없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지 부동산 업계 얘기를 들어보면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지방에 정착한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회귀한다고 합니다. 기존 주민들과의 마찰, 생각과 다른 농촌 생활 등의 이유로 귀촌에 실패하는 것이죠. 이러면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퇴로’가 있어야 합니다. 기존 주택을 매각한 뒤 귀촌 생활을 하다 실패할 경우 다시 돌아갈 곳을 찾아야 하는 막막함과 불안함이 엄습해 옵니다. 그 때문에 전문가들은 귀촌을 결심한 이들에게 “먼저 전세나 월세로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살아보고 난 후 귀촌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라”라고 조언합니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농막을 갖다 놓는 예도 있습니다. 이 경우 부동산 관련 세금에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농막은 주말에만 잠깐 머무르는 이른바 ‘오도이촌 생활’(1주일에 닷새는 도시, 이틀은 지방에 머무는 생활)을 위한 성격이 큽니다. 농막이 귀촌의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죠.

여기에 LH 투기 의혹 사태 이후 한층 까다로워진 농지법 적용도 농촌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다. 현행 농지법에 따라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취득한 토지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강제 처분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귀농‧귀촌을 위한 ‘과도기’를 가질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것이 외지인들의 전원주택 매수심리 실종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농촌 지역의 고령화, 인구감소는 지자체들의 공통된 해결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모두 귀농‧귀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기꾼을 잡겠다”라고 강화한 법들이 일반인들의 귀농‧귀촌길마저 막아서는 부작용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나이가 들어 농사를 접고 싶은 농민들도 제값에 토지를 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부작용과 편법은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가혹한 규제에 귀농‧귀촌을 향한 관심마저 메말라 가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때 입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