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지난 24일 전남 여수 석유수지 공장에서 원료의 점도와 물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지난 24일 전남 여수 석유수지 공장에서 원료의 점도와 물성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지난 24일 찾은 전남 여수의 코오롱인더스트리 석유수지 공장. 세계 최초로 코오롱이 독자 개발한 반응형 석유수지(HRR)가 200㎏ 드럼통에 차례로 진공 포장되고 있었다. 산업용 기초소재인 석유수지 중에서도 HRR은 볼트·너트 대신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고성능 접착제로 쓰인다. 중국의 물량 공세,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을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극복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친환경 고부가 수지로 승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4조6620억원, 영업이익은 252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5%, 65.7% 증가했다. 고유가, 고운임의 여파로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3000억원)를 밑돌았지만 외부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산업자재, 석유화학, 패션, 필름 등 4개 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실적을 냈다.

비결은 연구개발(R&D)에 있다. 매년 매출의 2.5% 안팎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목표는 HRR과 같은 ‘세상에 없는 소재’ 개발에 두고 있다. 올해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면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함께 올라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 고부가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HRR는 자체 R&D 기간만 5~6년이 걸렸다. 이를 통해 공기와 닿으면 기존 석유수지보다 접착력이 세 배 높아지는 고성능을 확보했다. 독한 냄새가 나는 폴리우레탄 대신 다른 원료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다. 코오롱은 여수에 9만2500㎡ 규모의 석유수지 생산시설을 갖추고 HRR 등 기존에 없던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다른 수지보다 가격이 10~20% 비싸지만, 환경 규제에 민감한 유럽 고객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장 한쪽에서는 폐기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유해성분 검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공원석 공장장(상무)은 “HRR을 개발하기 위해 원료만 40~50가지를 테스트했다”며 “고객사에 배송되기 전까지 공기에 닿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전용 진공포장 설비도 따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원료 100% 수지 개발 목표”

여수공장에서는 HRR 외 액상 석유수지(LP),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와 같은 첨단수지도 생산하고 있다. LP는 고체 형태의 수지를 녹이는 과정이 필요 없어 공정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 세계에서 LP를 생산하는 곳은 독일 레인카본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두 곳뿐이다. PMR은 자동차 타이어 연비 개선에 특화된 제품이다. 배터리 무게로 인해 일반 내연기관 차보다 무거운 하중을 견뎌야 하는 전기차 타이어에 쓰인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저부가 제품 위주로 물량을 증설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에틸렌, 벤젠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 중이다. 회사 측은 “HRR에 이어 세계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100% 친환경 석유수지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중국이 쫓아올 수 없는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호실적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보급 및 5세대(5G) 통신 기지국 설치 확대로 산업자재 부문 캐시카우인 아라미드와 타이어 코드 수요가 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도 첨단 수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HRR, LP 등 첨단 수지 생산능력은 올해 9500t에서 2026년 2만5000t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여수=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