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 모두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친러적 중립’이란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와 반미 전선을 유지하는 게 중국의 최대 외교 현안이지만, 동시에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의 교두보인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차이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쟁 이유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東進) 우려에 공감을 나타낸 것이다.

왕 장관은 동시에 “중국은 일관해서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는 원칙론도 밝혔다. 중국이 러시아를 공개 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대만이나 신장위구르, 시짱(티베트) 등의 독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주권과 영토 보존’ 원칙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세력의 분리 시도를 ‘민의’로 규정한 러시아의 논리를 지지하면 추후 대만이 국민투표 등을 통해 중국과의 분리를 선언할 경우 통일 명분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은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는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도와주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는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극동지역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유럽 수출이 막힐 것에 대비해 중국이 구매자로 나선 모양새지만, 중국이 구매 가격을 유럽의 절반 수준으로 후려쳐 최대한 이익을 뽑아냈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1468억달러(약 175조원)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은 675억달러, 수입은 793억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대(對)우크라이나 무역 규모는 193억달러로 러시아에 비해 작지만, 두 나라가 경제 협력 협약을 체결한 2013년 이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우크라이나에도 중국은 201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됐다.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 진출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2017년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중국의 핵심 국유 기업인 중국식량과 중국태평양건설그룹 등 54개 기업이 우크라이나에 진출해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