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에너지 안보 위기에…문 대통령, 정권 말 '탈원전 프레임' 벗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文 "원전 빠른 시일내 정상가동"
원유·LNG 등 원자재값 치솟고
한전 적자로 '탈원전 청구서'까지
임기말 부랴부랴 '출구대책' 마련
"원전 생태계 다 망가뜨려 놓고
이재명 지원사격 나서나" 비판도
원유·LNG 등 원자재값 치솟고
한전 적자로 '탈원전 청구서'까지
임기말 부랴부랴 '출구대책' 마련
"원전 생태계 다 망가뜨려 놓고
이재명 지원사격 나서나" 비판도
지난 5년 내내 탈(脫)원전 프레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가 원자력발전에 대해 정권 말 처음으로 전향적인 의견을 내놨다. 정치권 안팎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차질 우려와 탈원전 부메랑을 맞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사태에 직면해 현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사회 각계와 산업계의 강한 반대를 무시하고 탈원전에 집착하며 뒤틀어버린 에너지 정책 왜곡의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대란 가능성이 대두되자 원전을 더 이상 금기어로 남겨두기 힘든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을 것이란 평가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서유럽 국가들이 가스관이 언제 잠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최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또 한 차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에도 각종 공공요금 인상 및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아시아 지역으로 올 LNG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은 5조8000억원이 넘는 한국전력의 역대 최대 규모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많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촉발한 각국의 ‘자원 무기화’ 흐름 속에서 한전의 실적 개선은 이후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또는 세금을 통한 자금 지원 등이 불가피해 ‘묻지마 탈원전’ 정책 관련 청구서가 차기 정부 이후 순차적으로 날아들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임기 초반부터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다음달 대선을 의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을 놓고 고조된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란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거리를 두면서도 ‘감원전’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강국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해선 양 후보가 모두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윤 후보는 작년 12월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현장을 찾아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건설 재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재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에너지업계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원전을 충분히 활용할 경우 국내 에너지 자립도 재고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우라늄 수입국이 다변화돼 있어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대응 부담도 작다. 또 각국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도구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11기의 설계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행할 경우 발전 부문에서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진 마당에 이제 와서 원전을 강조한다고 해서 생태계가 복원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 에너지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 여파로 각 대학 원자력공학과가 미달이 날 정도로 기초연구 기반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 5년간의 탈원전은 미래 에너지 경쟁력을 훼손하는 끔찍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우크라 사태가 이념 전환점 됐나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를 주재하면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원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신규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왔다. 신형 원전으로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시험가동을 해외에서 하도록 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목적에도 ‘수출용’으로 명시했을 정도다.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에너지 대란 가능성이 대두되자 원전을 더 이상 금기어로 남겨두기 힘든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을 것이란 평가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서유럽 국가들이 가스관이 언제 잠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최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또 한 차례 에너지 가격 급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경제전망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국내에도 각종 공공요금 인상 및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아시아 지역으로 올 LNG 물량이 줄어들고,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은 5조8000억원이 넘는 한국전력의 역대 최대 규모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많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확대 및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촉발한 각국의 ‘자원 무기화’ 흐름 속에서 한전의 실적 개선은 이후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전기요금의 급격한 인상 또는 세금을 통한 자금 지원 등이 불가피해 ‘묻지마 탈원전’ 정책 관련 청구서가 차기 정부 이후 순차적으로 날아들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5년간 에너지 경쟁력 훼손”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임기 말 탈원전의 이념적 함정에서 탈출구를 찾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단계적 정상 가동 점검을 지시한 만큼 늦춰졌던 원전의 준공과 가동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원전 수립 계획을 무시한 채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준공을 늦추고, 월성 1호기 가동까지 중단했다. 하지만 작년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승인하고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하는 등 탈원전 일방통행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일각에선 임기 초반부터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었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다음달 대선을 의식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을 놓고 고조된 불만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란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거리를 두면서도 ‘감원전’을 내세우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강국 부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에 대해선 양 후보가 모두 현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다. 윤 후보는 작년 12월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 공사 현장을 찾아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건설 재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서 재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에너지업계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에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원전을 충분히 활용할 경우 국내 에너지 자립도 재고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다. 우라늄 수입국이 다변화돼 있어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대응 부담도 작다. 또 각국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도구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흐름에 동참할 수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전 11기의 설계 수명을 연장해 계속 운행할 경우 발전 부문에서 40.3%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송두리째 무너진 마당에 이제 와서 원전을 강조한다고 해서 생태계가 복원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 에너지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 여파로 각 대학 원자력공학과가 미달이 날 정도로 기초연구 기반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 5년간의 탈원전은 미래 에너지 경쟁력을 훼손하는 끔찍한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