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에너지믹스 로드맵 부각…'급격한 탈원전' 비판 염두에 둔듯
"5년간 탈원전 얘기하더니 급선회" vs 靑 "입장 달라진 것 없다"
"이재명 減원전 기조와 일맥상통" 분석도…연일 지시·성과홍보 메시지
대선 코앞 '원전' 거론한 文…'탈원전 논란' 의식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12일 앞둔 25일 "향후 60여년간 원전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맞물려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서 정부를 겨냥한 야권의 '탈원전 정책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중도층의 여론을 의식한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야권을 중심으로는 "5년간 탈원전을 외치더니 이제와서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원전을 급격히 없애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줄여가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선 코앞 '원전' 거론한 文…'탈원전 논란' 의식했나
◇ "에너지 전환 2084년까지…원전수출 너무나 당연"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2084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의 비중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은 맞지만, 이는 60여년에 걸친 장기적 계획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국민의힘 등 야권이 '탈원전 반대' 기조를 앞세워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마치 문재인 정부가 급격하게 원전을 모두 없애려 하는 것처럼 공세를 펴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에서 정부의 원전 수출을 두고 "탈원전을 추진하며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것에도 '작심 반박'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필요한 국가들이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높이 사서 우리 원전의 수입을 희망하고 있다.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 野 "탈원전 고집하더니 대선국면서 꼬리내려"…靑 "입장 변합없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대선을 의식한 '여론 수습용'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원전 비중 감축에 방점을 뒀던 문재인 정부의 메시지가 갑자기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황규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탈원전을 포기하라고 할 때에는 들은 척도 안하더니, 대선 국면에서 심판대에 오를 것 같으니 꼬리를 내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언급이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내세운 '감(減) 원전' 정책 기조와 유사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여의도 당사에서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을 만나 원전 문제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은 감(減)원전 정책"이라며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되 새로 짓지는 않는 방식으로 원전 비중을 낮춰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가운데 문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다잡기 위한 메시지가 아니겠냐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청와대에서는 이같은 해석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장기간에 걸쳐 비중을 줄이되 원전이 가동되는 동안에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선거를 의식한 메시지라는 추측에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공급망 점검 과정에서 원전의 실태를 둘러본 것"이라며 선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대선 코앞 '원전' 거론한 文…'탈원전 논란' 의식했나
◇ 신한울 1·2호기 건설 독려…'뜨거운 감자' 신한울 3·4호기 언급은 없어
문 대통령이 이날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의 빠른 공사 진행을 독려한 점도 눈에 띈다.

정치권에서는 이 역시 국민들을 향해 '정부가 급격한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이같은 지시사항이 전혀 이례적이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애초 신한울 1·2호기 및 신고리 5·6호기는 문재인 정부에서 완공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고,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내 준공식이 열릴 경우 직접 참석하려 했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왜 준공이 늦어지는 것이냐"고 참모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문 대통령은 탈원전 논란에 있어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하며 건설을 전격 중단한 곳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연말 탈원전 정책의 전면 폐기 기조를 밝히며 "집권 후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공사를 즉시 재개하겠다"는 공약을 가장 앞에 내세운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지난해 연말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의 의사와 객관적 검증을 거쳐서 (공사 재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이 후보가 원전 정책에 있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선 코앞 '원전' 거론한 文…'탈원전 논란' 의식했나
◇ 연일 '지시·성과홍보' 임기말 국정장악력 부각…野 "선거개입"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임기말이 됐음에도 연일 '지시사항'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도 이례적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한 국민의 안전 확보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고, 23일에도 "현지 우리 국민의 안전한 대피와 철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24일에도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히며 각 부처에 "긴장상태를 유지해달라"고 했다.

이날은 신한울 1·2호기 빠른 건설 독려, 방역현장 파견 공무원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각 부처의 선제대응 등 다양한 주문을 쏟아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대형 외교안보 이슈,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 엄중한 국내외 현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임기말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고 끝까지 국정장악력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SNS에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했는데 건보 재정 상황은 오히려 양호해졌다"며 "건보 재정 악화니 부실이니 하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등 국정성과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전날 문 대통령의 군산조선소 방문과 맞물려, 문 대통령의 임기말 분주한 행보에는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전날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을 문제삼으며 "문 대통령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버리고 공정하게 선거 관리를 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