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010년대 중반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노바텍
대우조선해양이 2010년대 중반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노바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이 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경제 제재도 본격화되고 있다. 갈등이 심화될 경우 최근 주요 선박 발주국으로 떠올랐던 러시아가 고객군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잔고 가운데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대형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7척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2020년부터 현재까지 약 43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LNG프로젝트 관련 블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러시아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요 발주처로 급부상했다. 러시아가 북극해를 통한 항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쇄빙 LNG선 등 북극해를 항해할 수 있는 선박 발주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야말 프로젝트와 아틱(ARTIC)-2 프로젝트다. 야말 프로젝트는 러시아 시베리아 야말 반도 인근의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연간 LNG생산 규모는 1650만t에 달한다.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앞두고 대우조선해양 등은 2014년 15척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하기도 했다.

아틱-2 프로젝트는 러시아가 야말 지역 인근 기단 반도에서 2025년까지 연간 1980만t의 LNG를 생산하기 위해 개발 중인 프로젝트다. 러시아는 이를 위해 2020년부터 약 43억 달러에 달하는 선박 블록 등 기자재를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다.

이 사업은 러시아가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러시아 국영 즈베즈다 조선소가 발주처로 추측된다. 삼성중공업이 주요 선박 설계 및 핵심 블록 생산 등 LNG선 및 셔틀탱커 건조의 주요 작업을 맡고, 완성된 블록을 블라디보스톡에 있는 즈베즈다 조선소로 옮긴 뒤 마무리 건조만 현지에서 이뤄지는 방식이다.

분석가들은 대 러시아 경제 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이 발주처인 만큼 이들에 대한 금융 제재가 이뤄질 경우 주문 취소 및 인도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25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경우 경제제재의 내용에 따라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확정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해 둔 조선사들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LNG선 발주 증가가 기대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대 발주국인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수입에서 선박을 통한 LNG도입 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정부는 대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로부터 이어지는 가스관 프로젝트인 노드스트림2에 대한 승인 절차를 중단했다. 업계는 가스관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이 중장기적으로 이 사업의 전면 중단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원 무기화 의도를 노골화한 상황에서 EU가 LNG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기정사실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용민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패권 다툼이 에너지 교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스관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공급처 다변화 관점에서 충분히 LNG선의 경조한 발주 수요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전체 수주 잔고 대비해 러시아 비중은 크지 않은 편"이라면서 "경제 제재가 발주 취소도 인도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아직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