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기후위기, 인플레이션 완화는 가능한가 [한신평의 Credit Insight]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병목과 수요 회복 불일치에 우크라이나 전쟁위기까지 겹치면서 물가 인상 리스크가 높아져 가고 있다.

일부에서 기대하는 대로 코로나 보건 위기가 진정되고 공급망 병목이 해소된다면 물가인상은 안정화될 수 있을까. 현재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요인인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경색,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및 공급망 다변화 정책, 기후위기에 대응한 탈탄소 정책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코로나발 단기 공급망 경색, 해소 가능 전망


현재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급감한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에 비해 공급망 경색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전세계 경제는 2020년 극심한 경제 침체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 등의 공급망 경색은 아직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코로나19 확산 동안 유전을 비롯한 각종 설비 투자가 정체됐다. 기존 설비의 보수도 지연됐다. 이 때문에 2022년 현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계획 목표치조차 달성이 지연되고 있다. 원자재 공급 부문에서의 병목 뿐 아니라, 선진국의 항만 및 트럭 적체 현상에서 나타나듯이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노동자들의 일자리 복귀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인건비 상승 압력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된다면 노동자들의 일자리 복귀와 각종 설비의 신규 투자 및 보수의 정상화로 공급 차질은 서서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급망 다변화와 탈탄소 정책이 이러한 회복 흐름에 새로운 변수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리쇼어링, 인플레이션 구조화 가능성 증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확대 등을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이를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G2(주요 2개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등 미래기술 유출에 대한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공급망 불안 이슈가 불거지자 배터리와 반도체 등 미래산업 중심으로 리쇼어링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공급망 다변화 정책은 미국 내 산업 생태계 강화에 따른 투자 증가, 일자리 창출, 대외불균형 완화 등의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 비용 상승에 따른 최종제품 가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리쇼어링 확대는 G2 분쟁 이후의 경제 블록화 양상을 심화시켜 글로벌 교역 둔화로 이어지며 이는 물가상승압력을 확대하게 될 것이다.

탈탄소 정책, 필연적으로 그린플레이션 야기

이에 더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 중립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면서, 에너지 및 금속 등의 원자재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쏠리는 신재생 에너지에 비해 기존 화석에너지에 대한 신규 개발 투자가 기피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공급도 줄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유럽에서 풍력 발전량 감소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수요를 증가시킨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화력발전 가동은 증가해 에너지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이다. 실제 OPEC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글로벌 원유 생산 설비가 하루 평균 135만배럴만큼 증가한 데 비해 2020년에는 폐쇄된 설비가 더 많아 69만배럴 만큼 감소했다. 2021년에도 19만배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 전기차 등 친환경기술 수요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환경규제와 전력 부족으로 원자재 공급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 니켈, 리튬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완성차 경량화 소재인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21년 7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2035년까지 100% 감축하는 더욱 강화된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원자재가와 차량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021년 7월 중국이 전국 범위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운영을 본격화했으며 같은 시기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해 2023년부터 철강 등 5개 부문 수입품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2026년부터는 전면 도입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로 인해 석유화학기업의 경우 수출액의 5%, 철강업계는 약 10%까지 탄소국경세를 부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탈탄소정책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0년생이 평생 350톤의 CO2를 배출한 데 반해 2020년생의 CO2배출량은 34톤으로 10분의 1로 줄어들어야 한다. 탄소배출량을 감소하는 방식은 배출량 제한과 각종 비용부과 등의 규제로 이뤄질 것이다. 결국 최종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장기 인플레 압력 해소 위한 타협점 모색 필요


결론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면서 일시적인 공급망 경색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G2의 전략적 경쟁으로 인한 제조업체들의 리쇼어링 강화정책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탈탄소 정책은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다. 또 경제 성장과 물가안정 이외에 공급망 안정화와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새로 추가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적정 금리와 적정 정책 속도에 대한 정치적인 논쟁이 향후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

즉 ‘어떻게 하면 선진국으로 공급망 이전을 지속하면서 탄소 소비를 줄일까. 동시에 경제 성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적정 금리의 최적점을 찾아낼 것인가’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이 문제에 맞닥뜨린 지금, 결국에는 리쇼어링과 탈탄소 정책 속도에 대한 완급조절 요구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속도 조절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는 높아진 금리와 물가를 감당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종 정책들 사이의 타협점과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나타날 것이다.

첫째, 트럼프 정부 동안 동맹국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던 관세인상 등의 무역정책은 선택적으로 완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대중국 무역정책조차도 전면적인 관세 인상보다는 반도체 및 배터리 등의 미래핵심기술 이전 방지에 집중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유럽연합과 저율할당관세(TRQ)를 합의했으며 이어 올해 2월 일본에 부과된 25% 철강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둘째, 탈탄소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원전 등 기존에 반환경적이라고 생각되던 기술들을 복원 및 재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다. 이미 이달 초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에서는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리 계획 등을 전제로 하는 경우 원전을 기후 변화 대응의 중요 수단으로 인정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원만으로 운용하기에는 전력공급망에 불안정성이 높아짐이 확인되면서 에너지원의 전환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 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방법에 대한 다각도 연구와 시도가 활성화될 것이다.

셋째, 높아진 물가와 인건비에 대응해 오프라인 비지니스의 온라인 전환, 재택의 일상화, 줌 등 온라인 회의의 기존 출장 및 회의 대체, 키오스크 및 로봇 등 전산업에서 자동화 확대 등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미 그 저력이 입증된 저탄소 디지털 생활로 전환이 전면 그리고 영구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엔 기회


원자재가 및 각종 규제비용 증가라는 배경 하에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의 시대에서 가치생산 그리고 가치소비라는 새로운 균형의 시대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우수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에 각종 비용을 전가하고 까다로워진 수요를 향유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동맹국 무역장벽의 선택적 완화, 원전 등 새로운 기술의 복원 가능성, 디지털화 강화, 가치소비 증가라는 새로운 흐름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탈탄소 정책 지연으로 기후위기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금융부문뿐 아니라 일반 기업 역시 각종 재해 증가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디 변화하는 시대에 한국 기업들이 승자로 잘 적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