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급반등 뒤 나온 예측…바닥 vs 아니다 vs 단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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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격렬한 반등은 25일(현지시간)에도 이어졌습니다. 이날도 전날과 비슷하게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2.51%, S&P500 지수는 2.24%, 나스닥은 1.64% 올랐습니다. 약간 달랐던 점은 전날은 고평가 기술주들이 급등했지만, 이날은 소재와 금융, 에너지, 산업 등 경기민감주와 헬스케어,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가 함께 시장을 이끌었다는 겁니다. 기술주도 올랐지만 상승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전날은 기관, 소매 투자자(특히 ETF)들이 모두 매수에 동참했고 숏스퀴즈도 발생했다"면서 "하지만 오늘은 헤지용 트레이딩이 많았고 거래량도 줄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음주 고용 등 경제 지표와 제롬 파월 의장 발언을 보고 투자하려는지 헬스케어 유틸리티 등 방어적 주식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지난밤에는 주요지수 선물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큰 폭 반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미 중앙은행(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한 연설(미 동부 시간으로 밤)은 전날 상승 동력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Fed가 긴축을 늦출 것'이라는 기대에 살짝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월러 이사는 작년 말부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매파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이 둘의 발언은 다른 Fed 위원보다 더 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요. 월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세계 또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 지체가 없어야 한다. 올해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100bp 높이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월러 이사는 "한 가지 가능성은 다음 네 번의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올리는 것"이라면서도 "긴축 속도는 데이터에 따라 다르다. 내일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2월 고용 및 소비자물가(CPI) 보고서에서 경제가 여전히 과도하게 뜨겁다는 것이 나타나면 3월에 50bp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데이터가 우리 예상을 깨고 높게 나오면 정책금리를 50bp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그는 또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선 "늦어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시작하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월러 이사가 주목하는 데이터는 이날 발표된 2월 PCE 물가, 3월 4일 2월 고용보고서(신규 고용) 3월 10일 2월 CPI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러 이사뿐 아니라 모두가 이들 데이터를 보고 있다. 이 데이터가 3월 FOMC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나온 1월 PCE 물가는 예상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전달의 물가는 CPI, 공급자물가(PPI), PCE 순서로 나옵니다. 이미 CPI 등이 나온 뒤이기 때문에 가장 잘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헤드라인 수치는 6.1%, 근원 수치(음식물, 에너지 제외)는 5.2% 올라 1983년 이후 40년 내 최고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난 12월 5.8%, 4.9%보다 각각 0.3%포인트 오른 겁니다.
전월에 비해선 각각 0.6%와 0.5% 올랐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물가 상승세가 뜨겁게 이어질 때는 중요한 게 전월 대비 수치입니다. 지난 4개월 평균이 전월 대비 각각 0.6%, 0.5% 상승입니다. 더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더 높은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늦은 정점으로 이어질 것이며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위험을 일으킨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Fed는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인 건 이런 높은 물가에도 미국인의 소비 지출은 계속 건강한 것입니다.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동기 대비 2.1% 늘어 전월 마이너스(-0.8%)에서 다시 증가세로 반등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간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드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실물 경제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보인다"며 "이는 Fed가 3월 예고된 금리 인상을 개시할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나온 1월 내구재 수주도 전월보다 1.6% 상승해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1월 미국 경기는 정말 좋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가 62.8로 직전 달 확정치인 67.2보다 하락했습니다. 이 지수는 인플레이션을 많이 반영합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심리가 10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우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 등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3월 4일에는 2월 신규 고용 수치가 나옵니다. 최근 전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계속 20만 명 대 초반의 낮은 수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좋은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40만 개 증가입니다. 충분히 Fed의 공격적 긴축을 부를 수 있는 수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3월 10일 공개될 2월 CPI입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월 헤드라인 CPI가 8%(1월 7.5%)를 초과한 후 연말까지 5%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JP모간, 골드만삭스가 주장하듯이 3월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추가로 급등하는 시나리오는 CPI가 3월에 9%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만약 8, 9%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온다면 Fed가 공격적 긴축을 늦추며 묵인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은 이전인 오는 3월 2~3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의회 출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3월 15~16일 열릴 FOMC를 앞두고 파월 의장의 말을 들을 유일한 기회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칠 영향 등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전날 큰 폭의 반등, 월러 이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요지수 선물은 뉴욕 증시 개장 전인 새벽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로 대표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크렘린궁이 밝힌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가는 하락했고, 미 국채 금리는 올랐습니다. 이후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측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협상하는 구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뒤이어 회담장을 (폴란드) 바르샤바로 하자고 역제안을 한 뒤 연락을 끊었다"라고 전했지만 이후 양측이 휴전 및 평화 회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변인은 "양측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황은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오후 4시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함락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대부분 월가 금융사들은 전쟁이 곧 끝나고 며칠 내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사실 전쟁이 우크라이나 밖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없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 제재도 취해지지 않았다. 유가가 하락하는 건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차지했다. 그다음은?'(Russia Takes Ukraine: What Nex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공격이 번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전쟁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73년 동안 직접적 전쟁을 피해온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추가로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를 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미국과 유럽은 제재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러시아 에너지를 제재할 경우 유럽은 전면적 에너지 위기를 맞을 수 있고 그런 정치인들은 권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유럽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고 금융, 기술 등 러시아의 비 에너지 부문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날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 더 많은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통하는 파이프라인에 실어 보냈다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요청한 데 따른 겁니다. 유럽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 흐름이 별다른 영향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천연가스, 유가 등을 모두 끌어내렸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22달러(1.3%) 떨어진 배럴당 91.5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BCA리서치는 "단기적으로는 신중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흑해 지역에 국한되는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저가 매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높은 유가로 인해 석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연말까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유럽-러시아 에너지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에너지, 농산물 등 러시아의 핵심 수출품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이를 제재했다가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이 노드스트림2를 제재한 것은 러시아 대신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확보하려는 조치겠지요. 이틀간 시장은 급반등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닥을 지나온 것일까요? 이날 CNBC에 나온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의견을 전합니다.
① 바닥 쳤을 수 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러시아의 침공 시작과 함께 시작된 놀라운 반등, 변동성지수(VIX)의 하락 반전 등은 시장이 이 수준 부근에서 바닥을 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Fed의 통화정책 전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이 최근 몇 주 동안 주식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침공이 시작되자 '침공 매수'(buy the invasion)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과거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및 크림반도 위기 때도 모두 침공이 발생하기 직전에 바닥을 쳤다고 밝혔습니다. 리 설립자는 "또다시 ‘침공 매수’가 일어난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전날 VIX가 하락 전환한 것도 강세 신호로 봅니다. VIX는 전날 아침 37선을 돌파했다가 크게 하락하면서 30에 마감됐습니다. 리 설립자는 "VIX는 어제 더 올라가기 어렵다는 항복 신호를 보낸 것 같다. 즉, 헤지를 찾는 게 피로의 징후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리 설립자는 "과거 VIX가 이렇게 큰 폭으로 전환했을 때 S&P500 지수는 한 달 후 평균 1.3%의 상승을 기록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3개월 후 평균 수익률은 3.4%로 증가합니다.
② 바닥 아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조정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바닥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실수하기 쉽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영 전략가는 "올해는 적어도 시장의 기대가 실제 사건 자체보다 더 나쁜 한 해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도 분쟁으로 이어졌다. Fed의 긴축 사이클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두려움이 커졌고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지금 충분히 조정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영 전략가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우크라이나 긴장이 완화되고 가장 두려운 부분을 지나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파티 국면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3월 16일 FOMC를 앞두고 있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오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계속해서 펀치가 날아오리라 생각한다. 거대한 약세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나, 올해 내림세로 끝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한 해 내내 곤란을 헤쳐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전날 트위터에서 "우리의 기술적 지표 20%가량이 과매도 상태를 가리킨다. 나는 단기 바닥을 확신하려면 50%가량이 되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일부 공매도를 되돌리고 조금씩 주식을 샀다. 베어마켓 랠리를 피하거나 조금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S&P500 지수가 인플레이션과 Fed 긴축, 성장 둔화로 인해 궁극적으로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어제 시장이 열렸을 때 충분한 과매도 상태에서 우리는 매수/숏커버링을 시작했고 이제 공매도 일부를 남겼다. 우리 계획은 이번 베어마켓 랠리가 계속됨에 따라 공매도를 다시 추가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악화할 것이고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Fed의 긴축과 러시아의 침공은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기술적 단타 가능 JP모간의 제이슨 헌터 분석가는 "올해는 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게 지배적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과거 네 번 Fed가 긴축으로 돌아섰던 때를 살펴보면 처음 긴축했을 때 6개월간 S&P500 지수의 거래 범위는 10~15% 떨어졌다. 중요한 건 그게 강세장의 끝이 아니고, 경기 사이클 중간의 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1월 고점으로부터 10~15% 떨어진다면 4100~4300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헌터 분석가는 "최근 Fed 긴축 외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심리는 매우 약화했었다. 그런데 지난 48시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이 저점에서 반등할 때 나타나는 매수 신호 같은 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를 보면서 헤드앤숄더 형태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약 20~25% 하락을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하락은 경기 침체 때 발생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랬다. 지금 채권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은 많이 좁혀졌지만 역전되지는 않았다. (침체의 징조인) 역전은 통상 시장이 정점에 달하기 훨씬 전에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20~25% 하락을 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헌터 분석가는 "이건 기술적 반등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잠깐 일정 범위에 묶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로 다시 경주하듯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그렇다고 약세장 랠리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것보다는 더 건설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 4100~4300이 하단이라고 본다. 다음 달에도 4600은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S&P 가치주 지수는 새로운 고점을 만들 수 있지만, S&P500 지수는 일정 범위에서 거래되고, S&P 성장 지수나 나스닥은 여기에서 약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사실 지난밤에는 주요지수 선물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큰 폭 반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겁니다.
게다가 미 중앙은행(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한 연설(미 동부 시간으로 밤)은 전날 상승 동력 중 하나였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Fed가 긴축을 늦출 것'이라는 기대에 살짝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월러 이사는 작년 말부터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매파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이 둘의 발언은 다른 Fed 위원보다 더 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요. 월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세계 또는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데 지체가 없어야 한다. 올해 중반까지 기준금리를 100bp 높이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월러 이사는 "한 가지 가능성은 다음 네 번의 회의에서 각각 25bp씩 올리는 것"이라면서도 "긴축 속도는 데이터에 따라 다르다. 내일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2월 고용 및 소비자물가(CPI) 보고서에서 경제가 여전히 과도하게 뜨겁다는 것이 나타나면 3월에 50bp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데이터가 우리 예상을 깨고 높게 나오면 정책금리를 50bp 인상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밝혔습니다. 그는 또 대차대조표 축소에 대해선 "늦어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시작하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월러 이사가 주목하는 데이터는 이날 발표된 2월 PCE 물가, 3월 4일 2월 고용보고서(신규 고용) 3월 10일 2월 CPI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러 이사뿐 아니라 모두가 이들 데이터를 보고 있다. 이 데이터가 3월 FOMC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나온 1월 PCE 물가는 예상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전달의 물가는 CPI, 공급자물가(PPI), PCE 순서로 나옵니다. 이미 CPI 등이 나온 뒤이기 때문에 가장 잘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헤드라인 수치는 6.1%, 근원 수치(음식물, 에너지 제외)는 5.2% 올라 1983년 이후 40년 내 최고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지난 12월 5.8%, 4.9%보다 각각 0.3%포인트 오른 겁니다.
전월에 비해선 각각 0.6%와 0.5% 올랐습니다. 월가 예상과 같았습니다. 사실 지금처럼 물가 상승세가 뜨겁게 이어질 때는 중요한 게 전월 대비 수치입니다. 지난 4개월 평균이 전월 대비 각각 0.6%, 0.5% 상승입니다. 더 높아지지는 않았지만, 높은 수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더 높은 에너지 및 식품 가격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 더 늦은 정점으로 이어질 것이며 올해 내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위험을 일으킨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Fed는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행인 건 이런 높은 물가에도 미국인의 소비 지출은 계속 건강한 것입니다. 1월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동기 대비 2.1% 늘어 전월 마이너스(-0.8%)에서 다시 증가세로 반등했습니다. 개인소비지출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근간입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드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실물 경제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보인다"며 "이는 Fed가 3월 예고된 금리 인상을 개시할 것이라는 점을 드러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나온 1월 내구재 수주도 전월보다 1.6% 상승해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에도 불구하고 1월 미국 경기는 정말 좋았던 것입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가 62.8로 직전 달 확정치인 67.2보다 하락했습니다. 이 지수는 인플레이션을 많이 반영합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심리가 10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 우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 등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3월 4일에는 2월 신규 고용 수치가 나옵니다. 최근 전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계속 20만 명 대 초반의 낮은 수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좋은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40만 개 증가입니다. 충분히 Fed의 공격적 긴축을 부를 수 있는 수치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3월 10일 공개될 2월 CPI입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2월 헤드라인 CPI가 8%(1월 7.5%)를 초과한 후 연말까지 5%로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JP모간, 골드만삭스가 주장하듯이 3월에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추가로 급등하는 시나리오는 CPI가 3월에 9%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만약 8, 9% 인플레이션 수치가 나온다면 Fed가 공격적 긴축을 늦추며 묵인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은 이전인 오는 3월 2~3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의회 출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3월 15~16일 열릴 FOMC를 앞두고 파월 의장의 말을 들을 유일한 기회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칠 영향 등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전날 큰 폭의 반등, 월러 이사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주요지수 선물은 뉴욕 증시 개장 전인 새벽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벨라루스 민스크로 대표단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크렘린궁이 밝힌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가는 하락했고, 미 국채 금리는 올랐습니다. 이후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측이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협상하는 구상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뒤이어 회담장을 (폴란드) 바르샤바로 하자고 역제안을 한 뒤 연락을 끊었다"라고 전했지만 이후 양측이 휴전 및 평화 회담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변인은 "양측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황은 러시아에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백악관의 젠 사키 대변인은 오후 4시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함락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대부분 월가 금융사들은 전쟁이 곧 끝나고 며칠 내로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본다. 사실 전쟁이 우크라이나 밖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없고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수출 제재도 취해지지 않았다. 유가가 하락하는 건 투자자들이 이번 사태가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BCA리서치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차지했다. 그다음은?'(Russia Takes Ukraine: What Nex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 공격이 번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전쟁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73년 동안 직접적 전쟁을 피해온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날 추가로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를 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미국과 유럽은 제재에 나섰지만,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러시아 에너지를 제재할 경우 유럽은 전면적 에너지 위기를 맞을 수 있고 그런 정치인들은 권력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유럽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고 금융, 기술 등 러시아의 비 에너지 부문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날 러시아 국영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이 더 많은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통하는 파이프라인에 실어 보냈다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요청한 데 따른 겁니다. 유럽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 흐름이 별다른 영향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는 천연가스, 유가 등을 모두 끌어내렸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22달러(1.3%) 떨어진 배럴당 91.5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BCA리서치는 "단기적으로는 신중해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흑해 지역에 국한되는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서 저가 매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BCA리서치는 "높은 유가로 인해 석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연말까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5달러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유럽-러시아 에너지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하면서 에너지, 농산물 등 러시아의 핵심 수출품은 모두 제외했습니다. 이를 제재했다가는 인플레이션을 부를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이 노드스트림2를 제재한 것은 러시아 대신 유럽 천연가스 시장을 확보하려는 조치겠지요. 이틀간 시장은 급반등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닥을 지나온 것일까요? 이날 CNBC에 나온 세 사람의 각각 다른 의견을 전합니다.
① 바닥 쳤을 수 있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러시아의 침공 시작과 함께 시작된 놀라운 반등, 변동성지수(VIX)의 하락 반전 등은 시장이 이 수준 부근에서 바닥을 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Fed의 통화정책 전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이 최근 몇 주 동안 주식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침공이 시작되자 '침공 매수'(buy the invasion)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과거 베트남 전쟁, 걸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및 크림반도 위기 때도 모두 침공이 발생하기 직전에 바닥을 쳤다고 밝혔습니다. 리 설립자는 "또다시 ‘침공 매수’가 일어난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펀드스트랫은 전날 VIX가 하락 전환한 것도 강세 신호로 봅니다. VIX는 전날 아침 37선을 돌파했다가 크게 하락하면서 30에 마감됐습니다. 리 설립자는 "VIX는 어제 더 올라가기 어렵다는 항복 신호를 보낸 것 같다. 즉, 헤지를 찾는 게 피로의 징후를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리 설립자는 "과거 VIX가 이렇게 큰 폭으로 전환했을 때 S&P500 지수는 한 달 후 평균 1.3%의 상승을 기록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3개월 후 평균 수익률은 3.4%로 증가합니다.
② 바닥 아니다
소파이의 리즈 영 최고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는 충분히 조정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바닥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실수하기 쉽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영 전략가는 "올해는 적어도 시장의 기대가 실제 사건 자체보다 더 나쁜 한 해가 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도 분쟁으로 이어졌다. Fed의 긴축 사이클도 그랬다. 그러다 보니 두려움이 커졌고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지금 충분히 조정을 겪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영 전략가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 우크라이나 긴장이 완화되고 가장 두려운 부분을 지나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파티 국면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여전히 3월 16일 FOMC를 앞두고 있고, 첫 번째 금리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유동성이 빠져나오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계속해서 펀치가 날아오리라 생각한다. 거대한 약세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나, 올해 내림세로 끝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한 해 내내 곤란을 헤쳐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전날 트위터에서 "우리의 기술적 지표 20%가량이 과매도 상태를 가리킨다. 나는 단기 바닥을 확신하려면 50%가량이 되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나는 일부 공매도를 되돌리고 조금씩 주식을 샀다. 베어마켓 랠리를 피하거나 조금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S&P500 지수가 인플레이션과 Fed 긴축, 성장 둔화로 인해 궁극적으로 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어제 시장이 열렸을 때 충분한 과매도 상태에서 우리는 매수/숏커버링을 시작했고 이제 공매도 일부를 남겼다. 우리 계획은 이번 베어마켓 랠리가 계속됨에 따라 공매도를 다시 추가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는 악화할 것이고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Fed의 긴축과 러시아의 침공은 여전히 위협적"이라고 말했습니다.
③ 기술적 단타 가능 JP모간의 제이슨 헌터 분석가는 "올해는 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게 지배적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과거 네 번 Fed가 긴축으로 돌아섰던 때를 살펴보면 처음 긴축했을 때 6개월간 S&P500 지수의 거래 범위는 10~15% 떨어졌다. 중요한 건 그게 강세장의 끝이 아니고, 경기 사이클 중간의 조정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1월 고점으로부터 10~15% 떨어진다면 4100~4300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헌터 분석가는 "최근 Fed 긴축 외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심리는 매우 약화했었다. 그런데 지난 48시간의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이 저점에서 반등할 때 나타나는 매수 신호 같은 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를 보면서 헤드앤숄더 형태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약 20~25% 하락을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유형의 하락은 경기 침체 때 발생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랬다. 지금 채권 2년-10년물 수익률 곡선은 많이 좁혀졌지만 역전되지는 않았다. (침체의 징조인) 역전은 통상 시장이 정점에 달하기 훨씬 전에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20~25% 하락을 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헌터 분석가는 "이건 기술적 반등일 수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잠깐 일정 범위에 묶여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로 다시 경주하듯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또 그렇다고 약세장 랠리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것보다는 더 건설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S&P500 지수 4100~4300이 하단이라고 본다. 다음 달에도 4600은 여전히 걸림돌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S&P 가치주 지수는 새로운 고점을 만들 수 있지만, S&P500 지수는 일정 범위에서 거래되고, S&P 성장 지수나 나스닥은 여기에서 약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