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성경 속 예수가 간음죄로 잡혀 온 여인을 둘러싼 이들에게 '죄가 없는 자'는 그 누구도 없다고 말하듯 지난 25일 전편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년 범죄의 공범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총 10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살인, 가정폭력으로 인한 탈선, 성매매, 입시 관련 범죄, 학교폭력, 성폭력 등 소년범죄의 유형을 폭넓게 다루면서 그 이면을 파고든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아이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었으며, 답안지를 미리 받고 시험을 치르던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사회가 만들어낸 무한경쟁체제에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또 어떤 소년범들은 가벼운 법의 무게를 등에 업고 더욱 악랄해진 채 마치 악마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연화지방법원 소년형사합의부에 부임하며 펼쳐진다.
소년범은 갱생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 은석은 아이들을 믿고 변화를 돕는 판사 차태주(김무열)를 만나며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결국 하나의 팀이 되어 법정으로 떠밀려 온 아이들에게는 기회를, 당당하게 법정에 걸어들어온 아이들에게는 그 죗값을 묻는다.
하지만 공고한 사회 시스템은 일부 '정의로운' 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소년범에게 내린 처분이지만 때로 그 십자가는 그들의 부모가 지게 되고,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 가족들만이 평생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며, 사회의 책무는 국가가 아닌 개인의 희생에 의존한다.
그럼에도 은석과 태주는 '피해자는 잘못이 없으며 벌은 가해자에게 가해져야 한다'는 그 당연한 명제를 경험조차 하지 못한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전한다.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과 같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거대한 세트장이나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집요하게 쫓는다는 점에서는 언뜻 연상호 감독의 '지옥'을 떠오르게 만든다.
카메라는 법정 내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길거리의 아이들과 그들의 가정,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로 모든 것이 무너진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 소년범이 생활하는 민간 센터까지 사회 곳곳을 담아냈다.
또 가해자의 악랄함에만 집중하지도, 그들의 불우한 환경에만 집착하지도 않는다.
법정극의 특성상 범죄를 묘사하며 보여질 선정적인 장면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범죄 장면을 집요하게 담아내기보다는 우회적인 암시를 통해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는 듯하다.
극을 이끄는 판사 네 명의 면면과 그들의 변화도 돋보인다.
소년범을 혐오하는 심은석,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하지 못한다고 믿는 차태주, 문제의 본질인 시스템의 변화를 꿈꾸는 강원중(이성민),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나근희(이정은)까지. 이들 또한 소년범들을 만나며 서로 부딪히고 성장해간다.
이 과정에서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네 명의 배우들은 기대만큼의 호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이 짧지 않은 10편의 에피소드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소년범을 연기한 신예 배우들의 연기도 극에 현실감을 더하는 데 큰 역할을 해냈다.
다만 심은석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언행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하지만 때로는 '소년 범죄는 저지르는 게 아니라 물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소년범에게 적개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지만 재판마다 그들을 향한 최선의 판결을 내리고자 고군분투하기 때문이다.
또 법정에 선 학생들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면서까지 소년범의 회복을 돕는 청소년 회복 센터장, 나름의 원칙으로 판결을 내려온 부장판사들에게까지 '교훈'을 주는 은석의 교조적인 태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