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대만 등 분리독립 막을 명분 사라질 것 우려…반대 대신 기권
[우크라 침공] 중국, 크림반도 병합 이어 또 안보리 '기권' 배경은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지면서 그간 친러 행보를 보인 중국이 이번에는 '중립 ' 카드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 상정된 결의안에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1개국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러시아는 반대하고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등 3개국은 기권을 택했다.

당사국인 러시아의 반대표는 이미 예견됐지만,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과시하던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였다.

앞서 중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도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편을 온전히 들어주지 않고 기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중국은 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 귀속을 결정한 뒤 미국의 요청으로 진행된 안보리의 '크림 주민투표 무효' 결의안을 두고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과 당시의 두 차례 안보리 표결에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들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 내재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중국 내 분리독립을 통제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2014년 당시에도 중국은 크림반도의 현상 변경을 의미하는 주민투표 결과를 지지해 러시아 편을 들면 신장(新疆), 시짱(西藏·티베트), 대만 등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점을 우려해 기권표를 던졌다는 것이 외교가의 주된 분석이다.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유엔 헌장을 앞세워 분리독립 세력을 억제하는 중국으로서는 섣불리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파괴한 러시아의 행위에 찬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주권과 영토 본전 존중',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라는 두 개의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25일 안보리 표결을 마치고 중국이 기권표를 던진 이유에 관해 설명한 해명성 발언에서도 이 같은 입장이 잘 드러난다.

장 대사는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각국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도 존중해야 한다"고 표면적으로 중립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5차례나 동쪽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안보에 관한 정당한 요구는 마땅히 중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더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발생시키고,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면서 기권표를 행사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소 궁색해 보이는 이유지만 기권 카드는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고, 중국 내 분리독립 세력에 대한 통제도 포기할 수 없는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묘수'이다.

이번 배경 때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발언에서 반드시 '주권과 영토 보전 존중',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라는 두 가지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안보리에서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하더라도 '기권'을 선택할 것"이라며 "분리독립 문제에서는 확실한 '마지노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크라 침공] 중국, 크림반도 병합 이어 또 안보리 '기권' 배경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