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비밀의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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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프롤로그>
아기 땐 엄마의 젖을 먹으며 행복하게 자라던 우리는 성장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많은 경쟁 속에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영화<리틀 포레스트, 2018>에서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이 성장한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치유와 용기를 얻게 된다. 현실적인 삶의 기준에만 연연하다 보면 따뜻한 밥 한 끼의 소중한 행복을 놓치기 쉽기에 다시 한번 자신만의 작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 행복한 삶의 방식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영화 줄거리 요약>
추운 겨울 혜원(김태리 분)은 지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너무나 허기졌던 그녀는 마당에 얼려있는 배추 한 포기를 캐내어 뜨끈한 배춧국을 끓여 차가운 몸에 온기를 부어 넣는다. 그곳에서 어릴 적 친구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을 만나 자연에서 나오는 채소와 재료를 캐내어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만들고 같이 먹으며 흩어졌던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혜원은 다시 한번 세상에 나오기 위해 마치 엄마의 품 속 같은 자연에서 4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문을 열고 나온다. <관전 포인트>
A. 혜원이 어릴 적 시골로 내려온 이유는?
혜원이 4 살 때 아픈 아버지의 요양을 위해 엄마와 고향집으로 내려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서울로 되돌아가지 않고 혜원이 대학 갈 때까지 15년간 그곳에서 살게 된다. 그것은 엄마가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라는 깊은 배려였다. 하지만 혜원이 수능시험을 마치자 마자 엄마는 "아빠와의 결혼으로 포기했었던 일을 시도하기 위해, 자신과 혜원이 언젠가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있다"라며 요리도 인생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편지를 남기고 훌쩍 혜원 곁을 떠나간다.
B. 혜원이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온 이유는?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시험에 떨어지자, 혼자 합격한 남친과의 서먹서먹함과 자존감 상실로 자신이 자란 시골집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러 가려던 계획은 예상외로 4계절이 바뀌는 동안 계속 머물게 되면서 정직하고 신비한 자연과 더불어 한 사람의 성숙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C. 혜원이 고향에서 4계절을 머물 수 있었던 힘은?
오랜만에 내려온 혜원은 어릴 적 엄마가 가르쳐준 다양한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엄마와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음미하고 친구인 재하와 은숙과의 우정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순수한 전원의 삶에 적응하며 자연과 호흡하면서 삶에 대한 본질적 즐거움과 의미를 깨닫게 된다. 특히 재하는 강아지를 선물하며 혼자 적적하게 지내는 혜원을 지켜주고 자신이 경작하는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따주며 그녀에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라는 혜원을 일깨워 준다. 혜원은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살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D. 오랜만에 온 엄마의 편지에 담긴 내용은?
신기하게도 혜원이 어떻게 고향집에 와있는지 알고 엄마는 편지에 감자빵을 만드는 방법을 적어 혜원에게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상의 없이 떠나간 엄마가 야속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여러 가지 음식(배추전, 수제비, 밤조림, 식혜, 막걸리, 곶감, 오코나미아끼)을 손수 만들어 먹으며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혜원도 나만의 숲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E. 혜원의 달라진 모습은?
4계절을 자연과 함게 보낸 혜원은 용기와 치유를 얻어 다시 서울 생활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 문득 화분의 꽃이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자연과 친구들 그리고 강아지 오구가 반겨주고 있었다. 또한 집을 떠났던 엄마의 그리운 냄새가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혜원은 이제 묘묙을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아주심기(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는 경작법)처럼 자신의 힘겨웠던 겨울 시간에 접목하여 새로운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즉 도시를 떠나온 게 아니라 고향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에필로그>
많은 전문가의 우려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자 지구촌은 코로나 전쟁과 함께 참혹한 살육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연 어떤 삶이 진정한 행복인지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는 좌절하고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난 후 성숙된 자신과 마주했을 때 후회가 없도록 비록 혹한의 겨울이지만 양파를 깊이 심어 달고 단단한 맛을 볼 수 있도록 나만의 숲에 '아주심기'를 시도해 봐야 한다. 겨울이 와야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듯 인생도 매서운 눈보라를 거쳐야 지혜롭게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아기 땐 엄마의 젖을 먹으며 행복하게 자라던 우리는 성장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많은 경쟁 속에 몸과 마음이 지쳐간다. 영화<리틀 포레스트, 2018>에서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고향에 돌아온 주인공은 자신이 성장한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치유와 용기를 얻게 된다. 현실적인 삶의 기준에만 연연하다 보면 따뜻한 밥 한 끼의 소중한 행복을 놓치기 쉽기에 다시 한번 자신만의 작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 행복한 삶의 방식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영화 줄거리 요약>
추운 겨울 혜원(김태리 분)은 지친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 시골집으로 내려온다. 너무나 허기졌던 그녀는 마당에 얼려있는 배추 한 포기를 캐내어 뜨끈한 배춧국을 끓여 차가운 몸에 온기를 부어 넣는다. 그곳에서 어릴 적 친구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을 만나 자연에서 나오는 채소와 재료를 캐내어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만들고 같이 먹으며 흩어졌던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혜원은 다시 한번 세상에 나오기 위해 마치 엄마의 품 속 같은 자연에서 4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문을 열고 나온다. <관전 포인트>
A. 혜원이 어릴 적 시골로 내려온 이유는?
혜원이 4 살 때 아픈 아버지의 요양을 위해 엄마와 고향집으로 내려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서울로 되돌아가지 않고 혜원이 대학 갈 때까지 15년간 그곳에서 살게 된다. 그것은 엄마가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걸 엄마는 믿어"라는 깊은 배려였다. 하지만 혜원이 수능시험을 마치자 마자 엄마는 "아빠와의 결혼으로 포기했었던 일을 시도하기 위해, 자신과 혜원이 언젠가 잘 돌아오기 위한 긴 여행의 출발선에 있다"라며 요리도 인생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편지를 남기고 훌쩍 혜원 곁을 떠나간다.
B. 혜원이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온 이유는?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대학을 다니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혜원은 시험에 떨어지자, 혼자 합격한 남친과의 서먹서먹함과 자존감 상실로 자신이 자란 시골집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곳에서 잠시 머물러 가려던 계획은 예상외로 4계절이 바뀌는 동안 계속 머물게 되면서 정직하고 신비한 자연과 더불어 한 사람의 성숙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C. 혜원이 고향에서 4계절을 머물 수 있었던 힘은?
오랜만에 내려온 혜원은 어릴 적 엄마가 가르쳐준 다양한 음식을 직접 해먹으며 엄마와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음미하고 친구인 재하와 은숙과의 우정으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순수한 전원의 삶에 적응하며 자연과 호흡하면서 삶에 대한 본질적 즐거움과 의미를 깨닫게 된다. 특히 재하는 강아지를 선물하며 혼자 적적하게 지내는 혜원을 지켜주고 자신이 경작하는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따주며 그녀에게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라는 혜원을 일깨워 준다. 혜원은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그때그때 열심히 사는 척, 고민을 얼버무리고 살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
D. 오랜만에 온 엄마의 편지에 담긴 내용은?
신기하게도 혜원이 어떻게 고향집에 와있는지 알고 엄마는 편지에 감자빵을 만드는 방법을 적어 혜원에게 보내게 된다. 처음에는 상의 없이 떠나간 엄마가 야속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여러 가지 음식(배추전, 수제비, 밤조림, 식혜, 막걸리, 곶감, 오코나미아끼)을 손수 만들어 먹으며 "엄마에게는 자연과 요리 그리고 나에 대한 사랑이 그만의 작은 숲이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혜원도 나만의 숲을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E. 혜원의 달라진 모습은?
4계절을 자연과 함게 보낸 혜원은 용기와 치유를 얻어 다시 서울 생활로 돌아가지만 그곳에서 문득 화분의 꽃이 생명력을 잃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자신을 기다리는 자연과 친구들 그리고 강아지 오구가 반겨주고 있었다. 또한 집을 떠났던 엄마의 그리운 냄새가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혜원은 이제 묘묙을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 아주심기(겨울에 심은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나 달고 단단하다는 경작법)처럼 자신의 힘겨웠던 겨울 시간에 접목하여 새로운 싹을 틔우게 된 것이다. 즉 도시를 떠나온 게 아니라 고향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에필로그>
많은 전문가의 우려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자 지구촌은 코로나 전쟁과 함께 참혹한 살육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과연 어떤 삶이 진정한 행복인지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는 좌절하고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난 후 성숙된 자신과 마주했을 때 후회가 없도록 비록 혹한의 겨울이지만 양파를 깊이 심어 달고 단단한 맛을 볼 수 있도록 나만의 숲에 '아주심기'를 시도해 봐야 한다. 겨울이 와야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듯 인생도 매서운 눈보라를 거쳐야 지혜롭게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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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