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발사 후 올림픽 동안엔 잠잠…南 대선에 '북한문제' 이슈화 의도도
'모라토리엄' 파기가 美 고강도 대응 기점될듯…NSC 상임위, 도발로 규정 안해
북, 대선 열흘 앞두고 도발 재개…우크라 사태속 '대미 압박'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고 나서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잠잠했던 북한이 남한의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또 무력시위에 나선 것도 일정한 목적을 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가뜩이나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변수를 하나 더 끼얹은 셈이 됐다.

북한은 27일 평양 순안 일대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 1발을 발사한 것으로 합참은 분석했다.

북한이 미사일 등의 발사 시점을 잡을 때는 무기 개발 계획뿐 아니라 고도의 국제정치적 계산을 깔아놓는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인가가 도발 시점을 택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7차례나 미사일 도발에 나섰던 북한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 지난 4∼20일엔 정세를 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맹방인 중국의 잔치를 훼방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여기에다 한동안 연속적인 미사일 발사로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한껏 높여둔 다음 올림픽을 빌미로 시위를 잠시 멈추면서 미국 등의 반응을 확인할 시간을 가지려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북, 대선 열흘 앞두고 도발 재개…우크라 사태속 '대미 압박'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은 북한 입장에선 계획 밖의 변수였고, 이는 북한이 계획을 일정 부분 변경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 우크라이나로 쏠리면서 북한 이슈가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미국의 역량이 분산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추진 등의 여력이 없을 것이란 점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전문가들은 북한이 내달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와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을 앞두고 있어 도발 재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더욱이 미국 등 서방 전체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극도로 민감해진 상황에서 눈총을 받는 행동에 나서겠느냐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전격적으로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를 재차 확인시켜 줬다.

이로 인해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을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부담을 더욱 안게 됐다.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북한 도발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환경이 고착된 셈이다.

물론 북한은 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를 한층 압박함과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길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당장 이번 미사일을 계기로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가하겠다는 기류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향후 북한의 도발 빈도와 수위를 주시하면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고강도 액션 여부는 북한이 공언한 모라토리엄(유예) 파기를 실제 행동에 옮기는지가 중요 기점이 될 것으로 정부 당국은 관측한다.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당연히 보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 등 모라토리엄을 깨는지, 도발 수위를 어떻게 높이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 수위가 한층 높아지면 미국이 추가적인 대북 압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북한에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남한 대선을 열흘 앞두고 도발에 나선 것은 대선에서 '북한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여야 주요 후보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외교,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와중에 북한 관련 사안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이었기에 이런 분석은 설득력을 얻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고 한미가 공동으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와 엄중한 유감을 표명했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고, 국제사회의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자주적인 국방력 강화의 일환'이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자체적인 시간표를 정해 차근차근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험발사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무기를 완성하는데, 자신들의 시험발사만 문제 삼는다며 이른바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북, 대선 열흘 앞두고 도발 재개…우크라 사태속 '대미 압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