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중심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이 이사진의 역량 지표를 만들어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경영진과의 친소관계가 아니라 전문성·지식을 기반으로 이사진을 선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주주와 투자자들이 궁금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를 만들어 이르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 공개할 예정이다. BSM에는 재무, 네트워킹 등의 역량을 갖춘 사내외 이사들의 현황이 담길 예정이다. 예컨대 전체 이사회 멤버 중 여성 이사는 몇 명인지,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이사는 누구인지 등이 공개된다. 다만 이사진 개개인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진 않는다.

BSM은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반화된 지표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역량과 인종 및 성별 정보를 담았다. SK㈜도 BSM을 이사회에 대한 투자자와 주주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도구로 쓸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도 BSM과 비슷한 이사진 현황표를 마련해 활용 중이다. 다만 이를 외부에 공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현황표 공개 여부 역시 이사회가 판단할 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예비 이사들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신임 이사 후보를 결정했다. 각 후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금융, 신사업 분야 전문성 및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인사평가보상위원회를 합치고 이사회 독립성도 강화 중이다.

SK는 ESG 중에서도 특히 G(지배구조) 분야를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3개 관계사 사외이사들과 세 차례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전사적인 ‘거버넌스 스토리’ 마련을 주문했다.

SK 계열사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서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뿐 아니라 평가와 보상에도 관여하고 있다. 산하에 인사위원회, ESG위원회를 두고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