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들고 있다. 해외 투자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 주식, 선진국 국채 등 기존 단조로운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투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도 제쳤다…신흥국 채권 ETF 담는 서학개미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서학개미들의 포트폴리오 상단에 생경한 이름이 등장했다. 미국 대표 성장주인 마이크로소프트(7위·3914만달러), 애플(9위·2078만달러) 사이에 이름을 올린 ‘반에크 JP모간 신흥국 통화 채권 ETF’(티커명 EMLC)다. 서학개미들은 지난 18~24일 이 ETF를 2649만달러(약 320억원)어치나 사들였다.

EMLC는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식보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채권 투자 가운데 신흥국 채권은 리스크가 큰 대신 선진국 채권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EMLC는 대표적인 신흥국 통화 채권 ETF로, 현재 시가총액은 4조원이 넘는다. 주식 시장이 불안한 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금리 변동기를 활용해 서학개미들이 이를 노려 신흥국 채권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통상 채권은 금리 인하 시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채권 투자 시 이자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리가 향후 떨어질 경우 채권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일 금리 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신흥국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중국의 경우 작년 12월과 올 1월 두 달 연속 기준 금리 격인 2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이달엔 LPR을 동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은 기준금리 인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돼 신흥국 국채 금리 추가 상승 여지가 많이 줄었다”며 “주식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신흥국 채권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 역시 “아시아 외 신흥국은 기준금리를 일찌감치 올리기 시작했고 시장은 신흥국의 인상 사이클이 1년 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작년 금리 상승으로 약세장을 이미 거친 신흥국 채권의 매력은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MLC의 높은 배당 매력도 서학개미를 끌어들이는 요인 중 하나다. 주식의 배당률과 같은 EMLC의 분배율은 연 4.79% 수준이다. 특히 매월 분배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선 ‘월 배당을 받는 채권 ETF’로 불린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