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스마트폰 불량 모두 잡아내죠"
제조업체가 프레스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 때 고른 압력 전달이 중요하다. 프레스의 작은 기울기 차이로 완성품 품질이 좌우될 수 있어 보통 제조공정 검사에선 압력 분포를 검사하는 감압지(산업용 먹지)가 쓰인다. 하지만 아날로그 감압지를 프레스에 넣어 색 변화를 바탕으로 사람이 불량을 판단하는 전통 방식은 오차가 심해 정밀한 공정 관리가 어렵다.

카이트로닉스가 2014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압력분포 측정시스템(전자 감압지)’은 이 같은 프레스 공정에서 불량품을 판별하는 데 쓰이고 있다. 장욱 카이트로닉스 대표(사진)는 “0.5㎜ 두께의 필름형 압력 센서를 이용해 센서 표면의 수천 개 지점에 가해지는 압력을 동시에 디지털로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전자 감압지에 쓰이는 박형 필름센서, 소프트웨어, 회로 등을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전자 감압지 제조사가 있지만 카이트로닉스의 판매가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 장 대표의 설명이다.

전자 감압지를 사용하면 압력 분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고, 검사한 결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제조 공정의 불량 판정 결과값을 자동으로 공장의 서버에 입력하도록 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장점 때문에 현재 2차전지 제조사의 테스트 공정, 스마트폰 커버글라스 압착 공정 등에 활용되고 있다. 장 대표는 “차량용 2차전지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LG 등 대기업이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있어 전자 감압지 수요도 늘고 있다”며 “해마다 회사 매출이 50%가량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장 대표는 앞으로 압력분포 시스템 활용 범위를 의료·헬스케어 등 분야로 넓힐 계획이다. 사람이 앉거나 올라서면 건강 상태와 체형 교정의 필요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매트’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 감압지에 쓰인 센서 기술을 활용해 로봇에 촉각 기능을 부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장 대표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터치 스크린 알고리즘 등을 개발한 전문 연구원 출신이다. 2014년 카이트로닉스를 창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