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부터 '친환경'…농촌 출신 워커홀릭, 석유기업을 바꿔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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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 - 버나드 루니 브리티시페트롤리엄 CEO
취임 일성 "변해야 산다"
석유·가스사업 비중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 밝혀
112년 英 석유회사 변신 주도
주변 우려에 사업가 기질 발휘
화석사업부를 '알짜'로 바꿔
작지만 高수익 내는 구조로
코로나 암초에 적자 냈지만
2021년 단숨에 흑자전환
취임 일성 "변해야 산다"
석유·가스사업 비중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계획 밝혀
112년 英 석유회사 변신 주도
주변 우려에 사업가 기질 발휘
화석사업부를 '알짜'로 바꿔
작지만 高수익 내는 구조로
코로나 암초에 적자 냈지만
2021년 단숨에 흑자전환
“우리는 변해야 한다. 완전히 변해야 한다.”
2020년 2월 12일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런던 본사. 취임 직후 임직원 앞에 선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거듭 ‘변화’를 강조했다. 이날 그가 발표한 BP의 청사진은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그는 석유와 가스 사업 투자를 줄이고 저탄소 사업 투자를 늘려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시간표까지 내걸며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석유회사는 많지 않았다. 루니 CEO는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회가 우리에게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변신하듯 석유회사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112년 BP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끄는 경영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회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2020년 8월 루니 CEO는 앞으로 1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40% 줄이는 대신 저탄소 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를 50억달러로 10배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BP 안팎에선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을 대체할 만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루니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고수익 프로젝트에 집중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40% 줄이더라도 2030년까지 연간 300억~350억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화석연료 사업부는 축소되지만 수익을 많이 내는 사업부로 바뀔 것”이라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업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2021년 순이익 128억달러를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8년 만의 최대 순이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전기차 관련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관리 업체 앰플리파워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1만1000개인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까지 7만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루니 CEO는 “중국 전기차 충전 사업은 작년 12월 한 달간 매출이 2020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며 “전기차 충전 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0년 2월 BP CEO 취임 이후 외부 인사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테슬라 보다폰 세븐일레븐 도요타연구소 등에서 36명의 고위인사를 수혈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 컨설턴트들의 의견에 지나치게 귀 기울인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전환기에 있는 기업은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솔직한 CEO’로 통한다. 루니 CEO는 “상사가 영웅이고 모든 것을 아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직원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독한 ‘워커홀릭’이기도 하다. 루니 CEO는 “취미가 없고 특별히 다른 일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러면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남는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2020년 2월 12일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런던 본사. 취임 직후 임직원 앞에 선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거듭 ‘변화’를 강조했다. 이날 그가 발표한 BP의 청사진은 그만큼 파격적이었다. 그는 석유와 가스 사업 투자를 줄이고 저탄소 사업 투자를 늘려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시간표까지 내걸며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한 석유회사는 많지 않았다. 루니 CEO는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회가 우리에게 변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변신하듯 석유회사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112년 BP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끄는 경영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암초 만난 루니호
루니호(號)는 벅찬 희망을 안고 출발했지만 얼마 못 가 ‘암초’를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이동 제한이 확산하면서 석유 수요가 급감했다. BP는 최악의 2020년을 보냈다. 직원 1만 명(약 15%)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20년 순손실 57억달러를 기록했고,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을 삭감했다. BP 주가는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루니 CEO의 탄소중립 계획에 의구심을 품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BP 주가는 경쟁사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했다.회사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2020년 8월 루니 CEO는 앞으로 1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40% 줄이는 대신 저탄소 에너지 관련 사업 투자를 50억달러로 10배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BP 안팎에선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을 대체할 만한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루니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고수익 프로젝트에 집중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량을 40% 줄이더라도 2030년까지 연간 300억~350억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화석연료 사업부는 축소되지만 수익을 많이 내는 사업부로 바뀔 것”이라며 “그야말로 아름다운 사업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2021년 순이익 128억달러를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8년 만의 최대 순이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
루니 CEO는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규모를 키워 50기가와트(G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BP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과 함께 영국 해상부지 6곳에서 풍력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매년 7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덴마크 풍력업체 외르스테드와 함께 독일에 대규모 녹색수소 생산단지도 건립 중이다. BP와 외르스테드는 이를 기반으로 2024년부터 연간 9000t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4만5000대 분의 배출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전기차 관련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관리 업체 앰플리파워를 인수해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1만1000개인 전기차 충전소를 2030년까지 7만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루니 CEO는 “중국 전기차 충전 사업은 작년 12월 한 달간 매출이 2020년 전체 매출을 넘어섰다”며 “전기차 충전 사업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일랜드 농촌 출신 ‘BP맨’
1970년생인 루니 CEO는 아일랜드 서부의 작은 농촌에서 자랐다. 아일랜드 더블린대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가족 중 대학을 나온 건 그가 처음이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91년 BP에 입사했다. 이후 북해 알래스카 멕시코만 베트남 등지에서 엔지니어로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0년 석유 및 가스 사업부 수석 리더십 팀에 합류했다. 2016년에는 BP의 업스트림(원유 생산) 부문 CEO가 됐다.그는 2020년 2월 BP CEO 취임 이후 외부 인사를 과감하게 영입했다. 테슬라 보다폰 세븐일레븐 도요타연구소 등에서 36명의 고위인사를 수혈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 컨설턴트들의 의견에 지나치게 귀 기울인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그는 “전환기에 있는 기업은 외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직원들 사이에선 ‘솔직한 CEO’로 통한다. 루니 CEO는 “상사가 영웅이고 모든 것을 아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며 직원들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독한 ‘워커홀릭’이기도 하다. 루니 CEO는 “취미가 없고 특별히 다른 일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그러면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남는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