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임박해 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평가에서도 여야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빗대며 “초보 대통령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수도 키예프를 끝까지 지킨 대통령”이라며 “민주당은 논란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대통령 폄하를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논란이 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본의와 다르게 오해를 드렸다면 제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윤 후보의 불안한 외교·안보관을 지적한 것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고 했다. 25일 이 후보는 TV토론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두고 “초보 정치인”이라며 “외교의 실패가 곧 전쟁을 불러온다는 아주 극명한 사례이고, 그런 의미에서 윤 후보도 거칠고 난폭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오히려 윤 후보가 우크라이나를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후보는 ‘핵을 포기하는 대신에 신속히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해야 했다’ 등 불행한 사태를 맞은 우방국 정부를 조롱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런 태도가 바로 제가 토론에서 지적한 초보 정치인의 한계”라고 했다.

여당은 이 후보의 발언 이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도력이 부족한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감당하지 못할 위기를 자초한 것”이라고 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러 침공을 예측 못하고 위기를 키운 아마추어 대통령’이란 기사를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반면 윤 후보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외로 가지 않고 수도 키예프에 남아 결사 항전을 이끌고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 탓이라 하는 것도 심각한 무지의 소산”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의 발언이 세계로 알려지면서, 해외 유명 커뮤니티인 ‘레딧’에 이를 비난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며 “불행한 일을 겪은 다른 나라를 위로하기는커녕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하는 모습이 전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생각대로라면 일본에 줄 서지 않은 조선 왕실 때문에 일제강점기가 왔고 일본의 침략은 정당화되는 이야기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고 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구한말로 가면 일본의 침략 원인을 고종과 조선의 무능이라고 칭하면서 의병·독립군으로 싸우는 우리 조상들을 훈계할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