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 "신뢰 어려운 세력", 安 "尹, 국민경선 입장 표명 없어"
독자완주 의지 다져…지지율 하락·정권교체 실패시 정치적 입지 고민도
'이순신 12척 배' 꺼낸 安, '철수없다'…단일화 책임론 철벽방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27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결렬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데 대해 '철벽 방어'에 나섰다.

윤 후보가 안 후보 측과의 물밑 단일화 협상 전말을 전격 공개하고 나서자, 야권 후보 단일화 제안을 먼저 한 것은 자신이고 윤 후보가 진정성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아 단일화가 결렬됐다며 윤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적극 부각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윤 후보로부터 지난 이틀간 단일화 협상을 진행했던 '양측 전권 대리인'의 하나로 지목받은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윤 후보 회견 2시간 뒤 입장문을 내고 "어제 만남은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의 진정성,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늘 (윤 후보의) 회견으로 자신들의 책임회피를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는 신뢰하기 어려운 세력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시켜줬다"고 맹비난하는가 하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모든 것을 자신들의 변명과 입맛에 맞춰 일방적으로 까발렸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안 후보도 여수 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주장한 건 국민 경선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윤 후보 측에서 전해온 내용에는 어떠한 입장 표명이 없었다"며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윤 후보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하면 (단일화에) 여지가 있나'라는 질문엔 "제가 이미 이런 협상에 대해서는 시한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순신 12척 배' 꺼낸 安, '철수없다'…단일화 책임론 철벽방어
안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28일)를 하루 앞둔 '2차 데드라인'인 이날까지 단일화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배경에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 부족, 과거 단일화 협상 때 약속이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던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내에 단일화를 진정성을 갖고 하려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안 후보가 국민의힘에 대해 진정성이 없고 믿을 수 없다고 봐서 자른 것"이라며 "서울시장 때 오세훈 후보와 합의한 '공동 시정 운영'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점을 비롯해서 안 후보가 정치하면서 여러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고 당해왔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당내에는 안 후보의 '독자 완주' 입장에 대해 정권교체 실패 시 책임론이 안 후보를 향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양 진영이 결집하고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해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더 빠질 수 있는 점도 안 후보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면 부담이다.

국민의당 김근태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대선이 안 후보의 '비전'이 완주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부터 이뤄져야 한다"며 안 후보에게 "단일화의 문을 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윤 후보의 회견을 계기로 사실상 야권 후보 단일화가 더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더 많아진 모습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도의가 없는 사람들과 추가적인 단일화 논의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태규 본부장은 28일 윤 후보와 국민의힘 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기자 간담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양당 간의 '진실 공방'이 쉽게 진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 12척 배' 꺼낸 安, '철수없다'…단일화 책임론 철벽방어
한편, 공식선거운동 이후 처음 호남을 찾은 안 후보는 이날 전남 순천과 여수, 광주를 돌며 유세 때마다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여수 유세에서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선조에게 올린 장계(狀啓)의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제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있고, 저는 죽지 않았습니다) 메시지를 언급, "사람의 정신력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정말로 중요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대략 보니까 거의 1천200분 정도 모여계신 것 같다.

저한테는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와 같다"며 완주 의지를 되새겼다.

또, 목포 유세에서는 윤 후보가 지난 25일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그런 답도 머릿속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을 합니까.

우리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겁니까"라고 직격했다.

부인 김미경 교수가 순천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자랐다며 '호남의 사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순천 시장을 돌면서는 스무 명에 가까운 호남 시민들에게 "단일화 절대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40대 여성이 "후보님 절대 합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지나가자, 안 후보는 옆에 있던 부인 김 교수에게 나지막이 "그래야 자기들이 이기거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