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에 우크라이나 쇼크까지 더해진 현대차가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현대차 연일 신저가…한때 17만원선 붕괴
28일 현대차는 장 시작과 함께 17만원 선이 깨지며 추락했다. 오후 들어 저가 매수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 덕분에 소폭(0.57%) 반등하는 데 성공했지만 올 들어 16% 넘게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최근 1년 새 하락률은 30% 수준에 달한다. 이날 보합으로 마감한 기아 역시 연초 이후 10% 이상 주가가 빠졌다.

현대차·기아가 부진한 이유는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영향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하향 조정한 NH투자증권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급 정상화 지연을 고려해 이익 전망치를 변경한다”며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망치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현지에 진출한 완성차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시장점유율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 공장(HMMR)에서 연간 25만 대가량을 생산한다.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수한 연 10만 대 수준의 공장도 올초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선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리오도 위탁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로 수출하던 물량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시스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삼성증권 예상치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약 2000억원, 기아는 2500억원 수준의 손실이 예상된다. 연간 순이익의 약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차·기아 이외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 르노는 다음주 모스크바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익의 8%를 러시아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르노에 러시아는 본사가 있는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르노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2.53% 급락했다.

이미 주가 측면에서 악재가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사태가 장기화하지 않는다면 리스크는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박재원/김일규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