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의 생명보험 계열사인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내년 초까지 합병을 완료하기로 했다. 2020년 8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뒤 유지해온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뒤로하고 2년여 만에 통합 법인으로 새출발하는 것이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는 등 보험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가 통합할 경우 총자산 기준 업계 8위의 중대형 생보사가 재탄생한다.

“내년 1월 통합 법인 출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경영진은 내부 회의를 거쳐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을 내년 1월 완료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르덴셜생명은 KB금융이 2020년 8월 인수한 회사로 기존 KB생명과 함께 ‘투트랙 경영’ 체제를 지속해 왔다. 다만 KB금융 일원이 된 만큼 지난해 1월부터 푸르덴셜생명의 전산 통합 작업을 벌여 왔다.

통합 회사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작년 8월과 10월 각각 ‘KB스타라이프’와 ‘KB프리미엄라이프’ 등 후보를 선정해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오는 4월로 푸르덴셜생명 상표권 계약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두 사명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자산은 각각 25조원, 10조원 수준이다. 두 회사가 예정대로 물리적 통합을 마치면 자산 규모는 총 34조~35조원으로 뛰어오른다. 동양생명(36조원)에 이어 업계 8위 수준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통합 방안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검토해 왔다”며 “추후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 리스크·경영 시너지 감안

KB금융이 내년 초 두 회사를 통합하기로 한 것은 생보 분야의 영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KB생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별도 대면채널 판매조직을 없애고 온라인과 법인보험대리점(GA) 위주로 판매해 왔다.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오랫동안 구축해 온 탄탄한 대면 설계사 조직이 강점이다. 또 지난해 466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KB생명과 달리, 푸르덴셜생명은 3362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KB생명이 푸르덴셜생명과 통합을 통해 영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 리스크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KB생명은 외형 성장을 위해 저축성 보험 위주의 판매 전략을 채택해 왔다. 2018년 허정수 전 사장이 취임한 이후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는 식으로 영업 전략을 수정했지만 이미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 탓에 새 회계기준이 도입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다만 두 회사 간 합병으로 이 같은 회계 리스크 역시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박진우/정소람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