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며칠을 예상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닷새째인 2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주요 도시가 함락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속전즉결로 전쟁을 끝내려 했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며 전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데다 군수물자 보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러시아로 한참 기울어질 것처럼 보이던 우크라이나 전쟁의 균형추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일 쏟아지는 경제 제재는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해외 자산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라는 ‘금융 핵무기’도 등장했다. 곧바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고, 러시아 시민들은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지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은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는 오랜 원칙을 깨고 대전차 무기 1000정과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500기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은 3억5000만달러(약 4220억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도 미사일과 대전차 화기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사상 처음으로 재정을 투입해 우크라이나의 무기 구매를 도울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반전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내 여론도 심상치 않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지난 24일 모스크바 등 57개 도시에서는 “침묵하지 말라”는 팻말을 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최근 사흘간 러시아에서 반전 시위로 체포된 사람은 3000명이 넘는다. 푸틴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자 반전 여론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푸틴은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 포스트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 시사전문지 디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진퇴양난의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이 교착 상태에 들어서면 반전 여론이 높아지고 제재의 고통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